트럼프 의학고문에 ‘집단면역’ 주장 학자… 美서 우려 커져

입력 2020-09-01 18: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임 의학고문이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집단 면역’ 카드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 면역은 의도적으로 인구의 특정 비율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도록 해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미국 공공보건의학계가 집단 면역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집단면역 정책과 관련해 가장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은 지난달 초 의학고문으로 백악관에 합류한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신경방사선 전문가 스콧 아틀라스 박사다. 아틀라스 박사는 줄곧 스웨덴식 집단면역 모델의 도입을 촉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웨덴은 이 모델을 채택했으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사망률에 보건 당국이 ‘실패한 정책’이라며 사과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도 집단면역에 대해 “요양원의 노인들을 보호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며 “일단 고삐가 풀리면 (바이러스가) 사회 전역에 퍼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WP는 집단면역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현행 방역 대책에 비해 경제 침체나 자유권 침해의 문제에서 자유롭기에 보수 진영에서는 이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집단면역을 검토한 바 없으며 채택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틀라스 박사는 성명을 내고 “현 행정부에서 집단 면역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알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공보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치료와 백신을 통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략 수정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WP는 백악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집단면역을 추진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아틀라스가 지속적으로 개학 등 봉쇄정책을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아틀라스는 지난 7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돼도 문제가 없는데 이를 이해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며 “건강한 사람까지 고립시켜 놓으면 면역 형성을 방해해 사태만 장기화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WP는 이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주 수정한 코로나19 검진 지침도 문제 삼았다. 무증상일 경우 굳이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새 지침이 사실상 집단면역 정책을 시행하려는 징후라는 것이다.

집단면역의 실현 조건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견해가 엇갈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숨야 스와미나탄 수석 과학자는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 인구의 65~70%가 감염돼야 한다고 밝혔다.

WP는 자체 분석 결과 코로나19의 치명률을 1%라고 가정했을 때 미국 인구 3억2800만명의 65%가 감염되면 사망자가 213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