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역학 조사 과정에서 단원 ‘개인레슨’ 의혹이 불거진 국립국악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지시로 3월 한 달 동안 영리활동 자진 신고제를 운영했으나 단원들의 개인레슨 신고는 ‘0건’이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단원 영리활동에 대한 조사를 벌인 다른 국립 예술단체도 상황은 비슷해 문화예술계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영리활동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국악원의 경우 현재 국립국악고등학교 코로나19 확진 학생과 접촉했던 정악단 단원 A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국민일보 2020년 8월 28일자 단독 기사 참조).
문체부는 지난 3월 초 국립국악원,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현대무용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국악방송, 국립예술단체연합회,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예술의전당, 한문연 등 소속 국립예술단체 13개 단체에 단원 영리활동 자체조사를 지시했다. 문체부가 이처럼 산하 예술단체 복무점검을 이례적으로 요청한 이유는 3월 당시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잇따른 일탈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였다. 한 단원이 자가격리 기간에 일본여행을 간 데 이어 다른 단원들이 사설학원 특강을 진행하는 등 외부 영리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단체별로 조금씩 다르나 공무원에 준하는 복무규정을 따르는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에게는 개인레슨 등 외부 수익 활동이 금지돼 있다. 출강이나 출연 등 외부 활동이 필요하다면 기관장에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조직 운영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단원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국립국악원의 경우 운영규정 제3장 제2절 제13조에서 단원은 연주단 활동 외 영리 목적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립국악원을 비롯해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들의 영리 활동은 음지에서 관행적으로 용인돼 왔다.
본보 취재 결과 3월 9일 문체부 지시를 받은 국립국악원은 이튿날부터 4월 4일까지 전속단체인 정악단·민속악단·무용단·창작악단 단원 222명과 지역에 있는 국립부산국악원·국립민속국악원(남원)·국립남도국악원(진도) 단원 192명 등 총 414명에게 외부활동과 개인레슨 등 겸직 신고를 받았지만 개인레슨 신고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소속 악단과 기관에 공문을 통해 조사 내용을 알리고 자진신고서 양식을 단원들에게 이메일 등으로 개별 송부 했는데, 외부 출연이나 학교 출강에 대한 신고만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단원들의 상당수가 개인레슨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진신고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12일까지 신고 관련 사실을 확인한 국립국악원은 이달 초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사후 신고에 대한 징계 인사 조처를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선 음성적으로 이뤄져 온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들의 개인레슨이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잇따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립국악원에 앞서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이 서울예고 학생을 개인레슨하다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서울시가 조사 및 징계를 서울시향에 요구한 상태다. 다만 서울시향은 해당 단원 외엔 단원들의 개인레슨 문제에 대해 집단반발 등을 우려해 어떤 조사 방침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레슨 등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의 영리활동이 문화예술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이유로 대개 적은 임금이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불거진 두 단체는 홈페이지나 시의회 등에 공개된 예산서만 봐도 임금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국립국악원의 경우 정단원의 기본연봉은 공무원 8급에 준하는 초봉에서 시작되지만 연차가 높아질수록 호봉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며 공연에 따른 연주료를 추가로 받게 된다. 전국 국립국악원을 통틀어 연주단원 481명과 기획단원 30명 등 511명의 올해 인건비 예산은 약 229억원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은 4477만원이다(문체부에서 순환근무로 오는 행정직과 별도 체제로 운영되는 학예직은 제외). 서울시향은 국립국악원보다 훨씬 높아서 올해 지휘자, 단원, 직원을 모두 합한 131명의 인건비로 140억원이 배정돼 있다. 즉 1인당 연봉이 평균 1억원이 조금 넘는 셈으로 국내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문체부는 9월 말까지 국립 예술단체들이 복무점검과 인사 조처를 마무리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인레슨 관련 신고가 접수된 예술단체는 13곳 중 단 한 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무점검 실효성과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우선은 문제가 드러난 부분을 도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복무점검 연례화나 인사 조치 결과 공유 등의 방법으로 단계적인 문제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복무규정 교육 강화와 자체 조사 점검 빈도 증가 등을 포함한 복무규정 위반 재발 방지책과 점검 체계를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