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염갈량’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이 68일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핵심 선수들의 부진 속에 팀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어 염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 경기를 갖기 전 기자들과 만나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두 달간 자리를 비워 죄송하다. 팀이 정상적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수척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선 그는 “두 달 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했고, 내 삶에 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올 시즌 (SK가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전체적인 책임은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지금부터 (부진한) 중심 선수를 살려내 우리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하겠다. 희망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염 감독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팬들이 느꼈던 실망감을 채워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게 내게 주어진 책임이자 (지도자로서 갖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염 감독은 지난 6월 25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더블헤더 1차전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그는 병원 검진 결과 최소 2개월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구단 측은 염 감독의 건강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면담 뒤 구단 내부 회의를 거쳐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하지만 염 감독의 앞길에는 앞으로도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가 그라운드를 떠날 당시 팀은 7연패에 탈꼴찌를 겨우 면한 9위였다. 지금도 순위는 그대로다. 최근 3연패를 기록하며 5위 kt위즈와 격차가 18.5경기 차로 벌어졌다. 8위 삼성라이온즈와도 11.5경기나 된다.
안방마님 이재원이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 마무리 투수 하재훈을 중심으로 한 필승조는 붕괴된 지 오래다. 선발 이건욱, 좌완 불펜 김정빈 등 영건들 성장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SK 왕조’의 위상이 무색하다. 잠든 주전들을 깨우고, 유망주를 더 키워 팀의 균형을 찾는 게 당장 염 감독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