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스가 스타일은? “아베 계승 ‘마일드 아베’”

입력 2020-09-01 17:17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할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여부 등에 관한 질문을 받으며 미소를 띠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톤다운 된 제2의 아베’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베 신조 총리보다 덜 공격적이지만 아베의 정책 기조를 충실히 계승할 것이란 설명이다.

라종일 전 주일대사는 1일 “일본의 관방장관은 재임기간 해외는 물론 도쿄를 떠날 수 없다”면서 “그만큼 스가 관방장관이 아베 정권에서 굉장히 막중한 역할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사람이 바뀌면 그에 따른 변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기본 바탕이 ‘아베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책 추진이나 대외 관계에 있어선 아베 총리처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스가 관방장관은 균형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아베가 했던 수출규제와 같이 선제적으로 강한 조치를 취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아베 총리보다 좀 더 부드러운 이른바 ‘마일드아베’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2015년 이뤄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막후 협상 파트너가 스가 관방장관이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시 스가 관방장관이 합의 절차를 사실상 진행했고 이 합의를 우리 정부가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 오히려 아베보다 더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근혜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10억엔의 위로금을 받아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논의 과정이 없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지적돼 2018년 재단을 해산시켰다. 협상을 이끌었던 스가 장관으로선 한·일관계 악화 책임을 우리 정부 쪽에 떠넘길 개연성이 큰 셈이다.

파벌이 없는 생계형 정치인이란 점 또한 아베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의원으로 곧장 입성한 다른 유력 정치인과 달리 스가 관방장관은 요코하마 시의원 출신으로 지역에서부터 올라온 인물이다. 인맥은 넓지만 확실한 지지기반이 없어 막강한 권한의 아베 계열을 등에 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 교수는 “아베는 집권 당시 6번의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라며 “현재 일본 국회의원 중 절반가량이 아베 때 입성했고 아베 본인도 의원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아베 총리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진 센터장은 “아베 총리가 37%의 지지율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치면 52~53% 수준으로 결코 낮은 지지율이 아니다”며 “일본 국민이 아베라는 총리상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어 이런 아베의 정책 기조를 거스르긴 쉽지 않다”고 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 국내정치를 책임지는 관방장관을 8년 가까이 한 탓에 외교 경험이 거의 없고 우리나라와도 별다른 인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교수는 “스가 관방장관과 가까운 니카이 도시히로 민주당 간사장이 박지원 국정원장과 매우 친한 사이라 이 경로를 통해 접근은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기적인 측면에서도 근시일 안에 관계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있어 누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당장은 대미 관계에 집중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