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먹다 넘어져” 5살 아들 죽인 계부는 끝까지 변명했다

입력 2020-09-01 17:05

5살 의붓아들을 강하게 밀쳐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해 끝내 숨지게 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40)에게 이같이 판결했다. 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하고 아동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을 제한했다.

A씨는 지난 2월 23일 오후 7시45분쯤 자신의 집 거실에서 의붓아들인 B군(5)의 머리를 강하게 밀쳤다. B군은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뇌에 큰 충격을 받은 B군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닷새 후인 28일 오후 4시25분 사망했다.

조사 결과 A씨는 B군을 훈육하던 중 B군이 말대꾸를 하고 비웃는 표정을 짓는 등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7년 11월 B군의 친모와 재혼했고 지난해 12월 말 외가에서 지내던 B군을 데려와 양육하기 시작했다.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아들 머리를 세게 밀친 사실이 없다. 사건 당시 아들 입안에서 젤리를 꺼냈는데 아들이 젤리로 기도가 폐쇄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거나, 사건 발생 전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머리를 부딪치는 등 다른 원인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검찰로 사건이 송치돼 조사받을 때까지 피해자 입에서 젤리가 발견된 사실과 그로 인한 질식 가능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가 검찰 조사 단계에서 처음으로 젤리 이야기를 꺼냈다”면서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됐고 구속까지 된 피고인이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보이는 사항을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 부검의,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 등 전문의들은 모두 B군이 기도 폐쇄로 스스로 넘어져 그 정도 외상을 입을 가능성은 극히 낮고, 머리에 가해진 훨씬 큰 외력에 의한 충격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공통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젤리에 의한 기도 폐쇄로 넘어졌을 가능성은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범행으로 소중한 생명의 상실이라는 막중한 결과가 야기된 점, 방어능력 없는 5세 아동에 대한 범행인 점, 뇌가 한쪽으로 쏠릴 정도의 심한 폭행을 가한 점,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 평소에도 훈육을 이유로 피해자를 자주 구타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가질 만한 정황이 엿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에 상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