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했던 수사, 결론은 윤석열·이성윤 모두 ‘이재용 기소’

입력 2020-09-01 16:57 수정 2020-09-01 17:09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삼성 부정승계 의혹’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8년 12월 13일이다. 강제수사 착수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까지 1년9개월가량이 소요된 셈이다.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에도 장기 수사 선례를 남긴 점은 법조계의 비판 여론을 부르고 있다. 다만 검찰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삼성 부정승계 의혹 사건의 최종 결정에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간 이견은 없었다고 1일 밝혔다. 이례적인 장기 수사를 둘러싼 여러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데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뜻이 일치했다는 설명이었다. 그간 검찰 내부에서는 “과연 죄가 되느냐”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최종 처분의 시기와 범위를 두고도 여러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지난 6월 심의위의 수사중단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90명에 가까운 경제 전문가들을 면담했다고 했다. 수백건의 논문 분석, 금융분야 수사 경험이 많은 부장검사 10여명의 회의 작업도 병행했다. 수사중단 권고에도 장기간 수사한 사안을 일거에 백지화할 수는 없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합병과 회계부정이라는 주제를 고려해 시민사회(심의위)의 의견보다는 금융·회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우선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사팀의 전문가들 면담 사실이 전해지자 입맛에 맞는 의견만 최종 처분에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하지만 검찰은 왜곡이 없었음이 곧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에 불리한 내용이건 유리한 내용이건 기록이 돼 있다”며 “변호인단이 등사를 신청하는 순간 전부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의위 이전까지의 수사가 애초 장기화됐다는 책임론도 제기된다. ‘1년9개월’이 유례 없다는 반응은 삼성 변호인단뿐 아니라 법조계 전반에서 나온다. ‘먼지떨이식 수사’라는 비판을 받던 포스코 비리 수사도 9개월간 진행됐었다. 수사팀 인력 교체 등 방해 요인도 비교적 없었던 편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아무리 전문성이 요구되는 수사라 해도 검찰이 1년 넘게 매달린 건 보지 못했다”고 했다. 애초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행을 살폈던 박영수특검이 끝까지 다루지 못했다면 굳이 더 수사할 필요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최근의 엄격한 경향이 수사 기간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폴더를 열어 파일 하나하나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있는지 논쟁하는 일이 지난해 말까지 계속됐다고 토로했다. 올 들어서야 비로소 관련자 소환 단계로 나아갔는데, 이때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소환 통보를 받은 기업인들이 일정을 늦춰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심의위 권고를 거스르고 장기화한 수사는 결국 법원 판결로 평가받게 된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는 “주요 피고인이 구속 상태도 아니라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만큼의 속도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고까지 5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