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1조원 늘리는 에너지 예산, 뜯어보니 곳곳 ‘허점’

입력 2020-09-01 17:01

그린 뉴딜의 핵심 키워드인 ‘에너지’ 관련 예산이 1조원 이상 증액된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취지는 고무적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봤을 때 예산이 적정하게 배분됐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수소 분야 지원 예산을 40% 가까이 증액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을 만들겠다면서 관련 예산은 ‘찔끔’ 증액한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1일 발표한 ‘2021년 예산안’ 중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로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이 꼽힌다. 올해보다 5조4000억원(22.9%) 늘린 29조1000억원을 책정했다. 규모로 봐도 복지, 교육, 일반·지방행정 예산 다음으로 많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 예산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산업 분야 예산을 중점적으로 늘린 것이다.

증액한 예산 중 1조385억원은 그린 뉴딜과 연관된 에너지 예산으로 분류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예산 증액분(1조7225억원) 중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수소·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지능형 스마트 그리드 등 신산업 분야 발굴에 예산을 집중 배치했다.

예산을 대폭 늘리기는 했지만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분했는지는 의문이다.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명분으로 편성한 ‘수소경제 조기도래를 위한 전주기적 지원’ 예산이 단적인 사례다. 올해 예산(4297억원)보다 39.3% 늘린 5986억원을 편성해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를 대폭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선례를 봤을 때 이 예산의 집행은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가 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9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편성한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 예산의 경우 실집행률이 2.4%에 그쳤다.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릉 과학단지 수소탱크 폭발사고 여파로 지역사회에서 수소 인프라 구축에 반대한 탓이다. 수소생산기지 7곳 증설, 수소 충전소 설치 등을 담은 내년도 예산도 지역사회와의 마찰로 집행률이 떨어질 수 있다.

해상풍력 예산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산업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개발, 해상풍력산업지원, 초대형 풍력 실증기반구축 사업 예산을 160억원 증액했다. 비율로 보면 올해 예산(98억원)보다 2.6배 대폭 늘렸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봤을 때 해상풍력 강국을 만들기 위한 기반조성자금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의 경우 농촌·산업 부문 융자 지원 예산만도 1921억원 증액한 것과 대비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풍력의 경우 민간이 주도하고 있고 연구개발(R&D)에 예산이 집중돼 있어서 인프라 구축 예산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종선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