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퇴가 아닌 사실상 ‘수렴청정’을 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사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후계자와 관련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도 사퇴할 경우 후계자를 지목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아베 총리는 향후 코로나19 대응 계획과 건강 문제, 사퇴 발표와 소회만 남겼다. 아베 총리 자신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지명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당초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지병을 이후로 중도사퇴하는 상황이 된 만큼 아베 정권이 해 온 모든 일에 대해 꿰고 있는 스가 장관이 다음 총리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스가 장관이 지금껏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점도 아베 총리가 기시다 정조회장이 아닌 그를 선택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코로나19 대응, 내년으로 개최 시기가 미뤄진 도쿄올림픽 등 여러 현안들을 당초의 계획대로 밀어붙일 후임자가 필요했던 것이란 분석이다. 아베 총리 자신이 건강 등의 문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경우에도 자신이 해나가던 일을 차질 없이 이어갈 인물로 스가 장관이 적임자라고 여길 공산이 크다. 스가 장관은 2012년 아베 총리가 취임하면서부터 동고동락해 온 인물이다. 아베 내각에서 이미 2인자로서의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사퇴 기자회견 당시 아베 총리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도 그의 수렴청정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겨울을 대비해 취해야 할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말했고,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도 했다. “다른 여러 가지 정책들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아베 총리의 수렴청정은 무리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지지통신과 요미우리 신문,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자민당 내 국회의원 약 60%의 지지를 확보했다.
아베가 실질적 수장인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98)는 총재 선거에서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소다 히로유키 전 간사장은 전날 “아베 내각에서의 계속성이라는 의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총재로서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54명)도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했다. 무파벌인 스가 장관을 따르는 무파벌 그룹(30명)도 존재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