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퇴진인가 수렴청정인가

입력 2020-09-01 16:36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으로 질문을 받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퇴가 아닌 사실상 ‘수렴청정’을 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사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후계자와 관련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도 사퇴할 경우 후계자를 지목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아베 총리는 향후 코로나19 대응 계획과 건강 문제, 사퇴 발표와 소회만 남겼다. 아베 총리 자신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지명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당초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지병을 이후로 중도사퇴하는 상황이 된 만큼 아베 정권이 해 온 모든 일에 대해 꿰고 있는 스가 장관이 다음 총리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스가 장관이 지금껏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점도 아베 총리가 기시다 정조회장이 아닌 그를 선택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코로나19 대응, 내년으로 개최 시기가 미뤄진 도쿄올림픽 등 여러 현안들을 당초의 계획대로 밀어붙일 후임자가 필요했던 것이란 분석이다. 아베 총리 자신이 건강 등의 문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경우에도 자신이 해나가던 일을 차질 없이 이어갈 인물로 스가 장관이 적임자라고 여길 공산이 크다. 스가 장관은 2012년 아베 총리가 취임하면서부터 동고동락해 온 인물이다. 아베 내각에서 이미 2인자로서의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사퇴 기자회견 당시 아베 총리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도 그의 수렴청정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겨울을 대비해 취해야 할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말했고,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도 했다. “다른 여러 가지 정책들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아베 총리의 수렴청정은 무리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지지통신과 요미우리 신문,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자민당 내 국회의원 약 60%의 지지를 확보했다.

아베가 실질적 수장인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98)는 총재 선거에서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소다 히로유키 전 간사장은 전날 “아베 내각에서의 계속성이라는 의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총재로서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54명)도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했다. 무파벌인 스가 장관을 따르는 무파벌 그룹(30명)도 존재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