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은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2월 낸 기피신청으로 반 년째 멈춰 있다. 여기에 검찰이 ‘삼성 부정승계 의혹’ 사건까지 수사 1년9개월 만에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부회장 측은 대형 소송 두 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로부터 지난 6월 24일 재판기록을 넘겨받아 3개월째 기피 여부를 심리하는 중이다. 대법원은 1권에 500~600쪽에 달하는 재판 관련 서류편철 5권 정도를 전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 2월 이 부회장 사건을 맡고 있던 서울고법 형사1부의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에 대해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며 기피를 신청했다. 정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 측에 준법감시제도 운영을 주문한 뒤 이를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하려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기피 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지난 4월 “재판장이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자의적으로 행사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특검은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기피 신청 대상이 된 정 부장판사는 내년 2월 재판부를 옮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법 부장판사는 통상 2년마다 재판부를 바꾸는데, 정 부장판사는 2019년 2월 현 재판부에 배치됐다. 기피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 교체될 경우 사실상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셈이 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그래도 올해 안에는 결론을 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끝에 2017년 2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3년6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판 과정도 국정농단 사건만큼이나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때는 ‘왜 협조했느냐’를 물었다면, 이번엔 ‘그래서 뭘 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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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