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무덤’ 된 모리셔스, 일본에 360억 배상요구

입력 2020-09-01 15:35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모리셔스 해변가에 돌고래 한 마리가 죽어있다. 지난달 6일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는 1000t이 넘는 중유를 일대 바다로 유출해 해양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양 남부의 천혜의 섬 모리셔스 해역에서 일본 화물선이 좌초돼 중유 1000t이 바다에 쏟아진 가운데 모리셔스 정부가 일본 측에 360억원 상당의 배상을 요구했다.

1일 아사히신문과 현지 매체 루모리시안에 따르면 최근 모리셔스 정부는 일본 정부에 어업 지원비 명목으로 12억 모리셔스 루피(약 32억엔·약 360억원)의 지불을 요구했다. 이 돈은 기름 유출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본 어업 관계자들에게 어선 구입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모리셔스 주재 일본 대사관도 이에 대해 “여러 요청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으로서는 가능한 신속히 실시할 수 있도록 현재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 전반에 걸친 피해 규모가 큰 터라 사고 선사의 손해배상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양 남부 모리셔스 해역에 좌초된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에서 지난달 11일 시꺼먼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모리셔스 해변가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죽어 있다. 인근 해변에서 여러 마리 돌고래의 떼죽음이 관측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모리셔스 해변가에 돌고래 여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방치돼 있다. EPA 연합뉴스

앞서 일본 미쓰이상선(MOL)이 운항한 와카시오호는 좌초 12일 만인 지난달 6일 배 뒤편 연료탱크가 손상돼 1000t이 넘는 중유를 바다로 유출했다. 기름은 산호초와 희귀생물이 가득한 바다로 퍼져 천혜의 섬과 주민들의 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인구 130만명의 섬나라 모리셔스는 주요 산업인 관광업을 비롯해 경제의 대부분을 연안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와카시오호는 두 동강이 났고, 선체 일부를 인근 공해로 끌고가 수심 3200m 해역에 가라앉히는 등 뒷수습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단 29일(현지시간) 모리셔스 포트루이이스에서 시민들이 '일본 화물선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의 선수부가 심해로 가라앉혀지고 있다. 모리셔스 정부는 선체 인양 대신 일부를 바다에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사고 뒷수습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배의 침몰로 생물 다양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작업에 반발하고 있다. 앞서 그린피스는 사고 직후 라군(석호) 주변에 사는 수천 종의 생물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며 “모리셔스의 경제, 식량 안보, 보건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벌써 돌고래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