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 본점에서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은행 영업시간을 한시간 단축하는 등 선제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방문객이 많은 업계 특성상 확산 위험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은 1일 을지로 본점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즉시 본점을 폐쇄하고 방역작업을 진행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2일 오후 5시까지 본점을 폐쇄하고, 대체사업장을 활용한 분산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본점을 폐쇄했고 망우동, 방배동, 서소문 등의 대체사업장에 분산근무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은행 본점이 폐쇄된 건 수출입은행과 대구은행, 기업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네번째다. 지난달 31일에는 IBK기업은행의 서울 중구 본점(IBK파이낸스타워)에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건물이 폐쇄된바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은행 각 영업점으로 번질까 ‘단축 영업’이라는 선제적 조치까지 내놨다. 이날부터 수도권 내 은행 영업시간은 기존 오전 9시~오후4시까지에서 오전 9시30분~오후3시30분으로 1시간 줄었다. 변경된 영업시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기간인 오는 6일까지 지속된다.
그러나 일부에선 오히려 짧아진 영업시간 안에 은행 업무를 처리하려는 고객이 몰려 자칫 대규모 확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들이 영업점 창구마다 가림막을 설치해 고객과 직원 간 직접적인 접촉을 막고는 있지만, 대면한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일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방문객의 경우 짧은 시간만 은행에 머무르지만, 직원들은 장시간 한 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마주치기 때문에 감염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은행 영업점에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소재 KB국민은행 무역보험공사 출장소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 28일 서울 강북구의 우리은행 수유동 금융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은행원은 “직원들이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심시간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도시락을 먹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한번 다녀가면 영업점 내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직원들은 그대로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영업시간을 줄인다고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