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K팝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 빌보드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메인 싱글 차트 ‘핫 100’마저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그간 여러 한국 가수가 빌보드의 문을 두드렸지만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빌보드는 31일(현지시간) 핫 100 최신 차트(9월 5일자) 1위에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21일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는 핫 100 차트 데뷔와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발매 첫 주에 1위에 오른 곡은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한 역대 핫 100 1위곡 1109곡 중 43곡에 불과하다. 핫 100은 미국 스트리밍 실적,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 데이터 등을 종합하는 차트로 현재 인기 있는 글로벌 대중음악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선 모두 네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핫 100은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빌보드 200 역시 메인 차트이지만 디지털 싱글 중심으로 시장이 달라지면서 곡의 인기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핫 100이라는 평가가 많다. 2017년 10월 ‘디엔에이(DNA)’로 핫 100 차트에 처음 진입(67위)한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 이전까지 3차례 ‘톱10’을 기록했다. 2018년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10위 오른 이후 2019년 4월 ‘작은 것들을 위한 시(부제 : 보이 위드 러브)’가 8위, 지난 2월 ‘온(ON)’이 4위에 올랐다.
핫 100에서 조금씩 순위를 높였지만 비영어권 가수라는 한계 등으로 핫 100 정상 등극은 쉽지 않았다.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로 대표되는 견고한 팬덤을 등에 업고 빌보드 200에선 정상에 올랐지만 핫 100 정상을 위해선 보다 너른 지지가 필요했다. 다이너마이트는 발표 이후 3390만회의 스트리밍, 30만건의 디지털 및 실물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 및 실물 판매고 중 26만5000건의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는 2017년 9월 테일러 스위프트의 ‘룩 왓 유 메이드 미 두(Look What You Made Me Do·35만3000건)’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이다.
여기에 비영어권 가수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라디오 방송 횟수가 더해져 정상 등극을 뒷받침했다.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 디지털 싱글인 데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디스코 팝으로 대중과의 접점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이너마이트는 발매 첫 주 ‘팝 송스 라디오 차트’에서 30위로 진입한 후 이번 주는 20위로 올라섰다. 방탄소년단 곡 중 가장 높은 순위로 이전에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22위에 오른 것이 가장 높았다. 샌프란시스코의 KMVQ가 주간 53회 방송해 최다를 기록했다.
다이너마이트의 핫 100 정상 등극은 국내 가수의 빌보드 도전사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전까지 싸이가 2012년 ‘강남 스타일’로 7주간 핫 100 2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높은 순위였다. 싸이는 2013년 ‘젠틀맨’으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외에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76위), 2016년 씨엘의 ‘리프티드’(94위), 올해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33위) 등이 핫 100에 진입했다. 아시아 가수로 범위를 넓힐 경우 1963년 6월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3주간 정상에 오른 이후 첫 1위 등극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