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후임, 당원 빼고 의원끼리 뽑는다…사실상 파벌투표

입력 2020-09-01 14:50 수정 2020-09-01 15:06
스가 관방장관 연합교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 자민당 총재를 뽑는 방식이 약식 선거로 결정됐다. 차기 총재로는 당내 주요 계파의 지지를 받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유력해졌다.

자민당은 1일 오전 총무회를 열고 당원 투표 없이 양원(참·중의원) 총회로 새 총재를 선출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자민당 당칙에 따르면 새 총재는 원칙적으로는 소속 국회의원(394명)과 당원(394명)이 참여해 뽑게 돼있다. 다만 긴급한 상황에는 국회의원과 각 도도부현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 참가하는 약식 양원 총회로 선출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30일 취재에 응하는 고이즈미 환경상. 일본 시사통신

회의 과정에서 일부 중진·신진 의원들 사이에서 반론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들의 반발로 오전 11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1시까지 이어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이날 오전 “총재 선거는 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새로운 자민당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재차 당원 투표의 필요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중의원에서 선출하는 총리를 맡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양원 총회로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 방식이 결정됨에 따라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도 스가 관방장관의 가능성이 커졌다.

차기 일본 총리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1일 오전 도쿄 자민당사에서 열린 당직자 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니카이 도시히로(오른쪽) 당 간사장과 앉아있다. 연합교도

스가 관방장관은 지금까지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와 2위 파벌인 아소파(54명), 4위 파벌인 니카이파(47명)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30여명의 스가 그룹까지 뒤를 받치고 있어 사실상 당 국회의원의 6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NHK는 그가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원래 아베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이르면 1일 오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