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결국 재판에…검찰 “총수 사익 위해 합병”

입력 2020-09-01 14:03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 된지 3년 7개월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이 부회장 및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팀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결정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이기도 하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에서 수년 간 계획된 승계계획안 ‘프로젝트-G'에 따라 추진됐다고 보고 있다. 이후 합병 단계마다 조직적인 거짓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등 각종 불법행위가 뒤따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런 행위가 자본시장법 178조에서 규정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라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합병은 총수의 사익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한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의 입법취지를 몰각한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6~7월 삼성 측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설득하기 위해 허위 주주 설명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최서원씨에 대한 승마 지원(뇌물 공여 혐의) 등 불법적인 로비를 벌인 사실 등을 불법 합병의 주요 근거로 꼽았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승계작업 지원 대가로 뇌물을 준 사실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혐의들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답을 정해 놓고 한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의 합병 과정에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 측이 혐의를 강력 부인하는 만큼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이 검찰 개혁을 위해 마련됐던 수사심의위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의견을 냈었다. 검찰이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만큼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검찰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기소에 이르게 된 배경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가 나온 후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사건 처리방향을 전면 재검토했다”며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등을 종합해 기소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부장검사 회의에서 1주일에 걸쳐 주요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기소와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일치된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