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재판도 아직인데...” 다시 위기 몰린 이재용 부회장

입력 2020-09-01 14:01 수정 2020-09-01 16:10
국정농단 사건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삼성이 다시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삼성 부정승계 의혹 사건’으로 결국 불구속기소되면서 다시 사법부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삼성은 변호인단 입장 외 회사 차원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 삼성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도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며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투자 위축 등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뇌물혐의 등으로 기소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아직 심리 중이라 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한 데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서 경영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매우 강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구속돼 2018년 2월 석방될 때까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윤부근 삼성전자 고문은 2017년 8월 “사업구조 재편이라든지 M&A 등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렵고 무섭다”며 “오너 공백으로 M&A가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후 대형 M&A를 하지 못했다.

삼성본관 앞 사기. 연합뉴스

재계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를 고려해 선처하길 바랐으나 기소된 데 실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삼성은 한국에서 1개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의 실질적 최고경영자인 이 부회장의 기소는 기업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기소는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이나 업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위축될 것을 염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2018년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과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부정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기업 관련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불만 어린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관 편의대로 수사하는 검찰은 기업인들에게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기관이고, 기업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년 특별검사 수사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은 지난 2월 이후 특검 측의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잠정 중단돼 현재 대법원에 재항고된 상태다. 삼성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부정승계 의혹 사건 재판까지 추가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최종 결과까지 최소 5년이 걸린다는 전망이 있다. 사법 이중고에 놓인 셈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