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이재용 불구속 기소… ‘삼성 수사’ 1년9개월 만에 마침표

입력 2020-09-01 14:00 수정 2020-09-01 14:35
사진=연합뉴스

삼성 부정승계 의혹 등을 수사해 온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관련 수사에 착수한 지 1년9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외에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0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과 이왕익 전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에게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또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김용관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최 전 실장과 김종중 전 팀장에게도 같은 혐의가 더해졌다. 김종중 전 팀장과 김신 전 대표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관련한 위증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지면서 제일모직 지분만 보유한 이 부회장이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는데, 이처럼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시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수사의 출발점이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지난 6월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 차에 탑승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수사결과는 지난 6월 ‘이 부회장 불기소’를 권고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에 정면 배치된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온 뒤 약 두 달간 학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소 대상과 범위를 고심해왔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 “기업집단의 조직적인 자본시장질서 교란 범행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한 점,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는 점, 총수 이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무시한 배임 행위의 처벌 필요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고발하면서 수사에 나섰고, 같은 해 12월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삼성 전·현직 관계자를 수차례 소환한 끝에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거론되는 이 부회장을 지난 5월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이 전 부회장은 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6월 외부 전문가들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고, 검찰은 이에 맞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기각했고 수사심의위도 6월 말 불기소 의견을 내놨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