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인데요 표면 항원의 유전자 변이를 통해 매년 유행하는 질환입니다. 38도가 넘는 고열과 근육통, 오한, 피로감 같은 전신 증상과 더불어 인후통, 기침,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2000명 이상(주로 65세 이상의 노인이거나 합병증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지만)이 독감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300여명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독감은 매년 예방 접종도 가능하고 동네 의원에서도 간단히 검사할 수 있는 진단 키트가 있으며 더구나 치료제까지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에 비해 그 위험성이 덜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가을이 다가오면서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트윈데믹 공포는 코로나로 이미 과부하가 걸린 의료 시스템에 독감이라는 이중 악재가 겹치면 자칫 의료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로나도 계속 조심해야겠지만 일단 독감이라도 예방할 수 있도록 Q&A 형식으로 독감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볼까 합니다.
독감과 감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감기라 불리우는 급성 상기도 감염증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주로 리노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입니다.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구조가 유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감기에 비해 고열,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과 기침, 인후통, 객담 등의 호흡기 증상이 빠르고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감기는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분류되기에 전염력도 강하지 않지만 독감은 강한 전염력으로 격리치료가 필요한 법정전염병입니다.
독감 예방 접종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요?
통상 독감 백신은 9월부터 접종을 시작하는데 접종 후 2주째부터 항체가 생기기 시작하여 한달째에 최고를 기록한 다음 서서히 감소되어 6개월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독감의 유행 시기는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늦으면 3월에도 유행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이내에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혹 9월 초에 이른 접종을 한 경우 다음 해 봄에 독감이 다시 유행하면 항체 역가가 떨어져 충분한 면역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의학적 권장 사항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 다음 해 1~2월쯤 추가 접종을 한다면 약해진 항체 역가를 보충해 줄 수 있습니다. 노인이나 심장질환, 폐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세균성 폐렴으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선 접종대상입니다. 올해부터는 국가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독감 접종 대상 연령이 생후 6개월부터 만 18세, 임산부 그리고 만 62세 이상 어르신으로 확대되었으며 기존의 3가 백신에서 4가 백신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코로나 공포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독감 접종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확진자 566만명에 17만명 이상이 코로나로 사망한 미국의 보건 당국은 독감 백신 접종률을 예년 45% 정도에서 올해 6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독감 예방 접종후 부작용이 걱정되는데 맞아야 할까요?
독감 예방 접종후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미열, 근육통, 오한 등이 있습니다. 이는 독감에 걸렸을 때의 증상과 비교하면 매우 경미한 수준이며 대부분 하루 이틀 만에 회복됩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독감 접종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이전에 고열을 동반한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해 봤다면 치료제가 있는 만큼 무리하게 접종하는 것보다는 개인위생에 집중하면서 독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의원을 찾아 독감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독감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긴 면봉을 코 깊숙이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신속 항원 검사라고 합니다. 정확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전자 증폭 검사에 비해 신속 항원 검사는 10분 만에 결과가 나오며 진단 예민도는 70% 정도 됩니다. 따라서 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독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확진 검사가 필요하거나 의사의 판단에 따라 독감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독감이 한번 걸렸는데 또 걸릴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독감은 A형, B형 두 가지가 유행하며 동시에 유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A형 독감에 걸려 치료를 하였더라도 B형 독감에 또 걸릴 수 있습니다.
독감 예방 접종을 했는데 독감에 걸렸어요
독감 백신은 변수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보통 80% 정도의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접종을 했더라도 100% 예방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다만 접종을 마친 상태에서는 독감이 걸리더라도 다소 가벼운 경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14세기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1918년에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 지금까지도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립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스페인 독감(무오년 독감)이 퍼져 인구 167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740만 명이 감염됐으며, 이 중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에는 독감 백신과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독감 백신 접종과 치료제 덕분에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지금 창궐하는 코로나를 그 당시의 독감이라고 생각해보면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기 때문에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며, 앞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완료되어 정착된다면 독감과 비슷한 경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현재 임상 실험 중인 백신과 치료제들이 특별한 부작용 없이 개발 완료되어 하루속히 보급되길 바랍니다.
최경호 가정의학과 전문의(아이비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