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아 30년 넘게 보유한 땅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경기도 과천 소재 토지를 보유해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참여연대의 주장에 해명문을 내놨다. 박 차관은 정부의 신도시 선정 과정에 고위 관계자로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박 차관은 1일 국토부 대변인실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아버지는 1977년 인근 지역 보유 토지가 공공사업으로 수용됨에 따라 이 땅을 대토 차원에서 취득하고 보유해 왔다”며 “1990년 4월 아버지로부터 2분의 1 지분씩 누나와 함께 증여받아 30년 넘게 그대로 보유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이 보유한 문제의 땅은 과천시 과천동 소재 2519㎡ 중 1259.5㎡(약 380평)다. 국토부가 2018년 12월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서 주택공급 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과천동·주암동·막계동 일대 155만㎡(약 47만평)에는 7000가구가량이 들어설 예정이다. 미니 신도시급 주택 공급지라 향후 개발 이익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나온 바 있다.
이날 오전 참여연대는 박 차관이 소유한 토지가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상 지역에 포함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국토부의 조사를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박 차관은 주택토지실장이던 2018년 3월 재산공개에서도 본인 명의로 과천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땅은 같은 해 9월 주택공급 계획에 포함됐고, 재산 규모는 약 6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국토부 주택토지실장과 국토도시실장을 거쳐 2018년 12월 제1차관에 취임했다. 참여연대는 “박 차관의 경력을 살펴볼 때 그가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관련 정책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주택토지실장(2016년 2월∼2018년 7월) 시절에는 공공주택본부장을 겸임해 공공주택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신도시 발표 계획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차관 부임 후 신도시 발표 계획을 보고받으며 과천 신도시 계획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국토도시실장은 신도시 계획 수립 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어떠한 내용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신도시 업무는 주택토지실 공공주택건설추진단의 극소수 직원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하는 업무”라며 “과천 신도시는 2018년 12월 19일 공식 발표됐으나 본인은 그해 7월 25일부터 12월 14일까지 국토도시실장으로 근무했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또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재산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낮아 ‘이해충돌’ 소지도 적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차관의 직무 중 과천지구 계획 수립과 관련해 본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판단한다”며 “신도시 등 공공사업 대상 지역의 토지에 대해서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가격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지고, 신도시 사업에 따른 개발 이익은 배제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 실무진도 해명을 위해 입을 열었다. 김승범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공공택지지구는 지구지정 주민공람때까지 보안의무규정이 법에 규정되어 있어 보고를 받는 사람이 장관과 주택토지실장 등으로 매우 한정적이었다. 김현미 장관에게까지 보안경고문자를 보내는 등 보안관리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구지정 제안부터 내부보고, 관계기관 협의기간 동안은 박선호 차관이 국토도시실장으로 근무하셨기 때문에 보고한 적이 없다. 2018년 12월15일에 차관으로 취임한 뒤 17일 신도시 발표계획을 보고한 게 전부다. 이미 의사결정이 모두 완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 차관이)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의 입장문 전문
<과천 소재 토지 보유 관련 국토부 제1차관 입장문>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박선호의 과천 소재 토지 보유 경위와 신도시 추진 과정에서의 업무수행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드립니다.
1) 과천 토지 보유 경위
1990년 4월 아버지로부터 1/2 지분씩 누나와 함께 증여받아 30년 넘게 그대로 보유하였습니다(1998년부터 재산등록, 2016년부터 재산공개).
아버지는 1977년 인근 지역 보유 토지가 공공사업으로 수용됨에 따라 이 땅을 대토 차원에서 취득하였습니다(그린벨트에 대한 상식이 없어 노후 주택건축 계획을 염두에 두고 구입).
2) 과천 신도시 선정 개입?
신도시 업무는 주택토지실 공공주택건설추진단의 극소수 직원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하는 업무입니다.
과천 신도시는 2018. 12. 19. 공식 발표됐으나, 본인은 2018. 7. 25.~12. 14.까지 국토도시실장으로 근무했으며 12. 15. 차관으로 부임했는 바 차관 부임 후 신도시 발표 계획을 보고받으며 과천 신도시 계획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국토도시실장은 신도시 계획 수립 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어떠한 내용도 알 수 없었습니다.
3) 차관으로서 과천 신도시 사업 추진 부적절?
신도시 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등은 LH 등 사업시행자와 국토부가 추진하나, 신도시 지구계획의 내용에 따라 구체적인 토지의 위치별로 보상 금액이 달라지지 않으며, 보상 수준(감정평가 기준)은 개발 이전의 현 상태 지목, 도로접면 상태 등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차관의 직무 중 과천지구 계획 수립과 관련하여 본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판단되나 담당 부서와 공공기관의 관련 업무의 자율성을 철저히 존중하고 있으며 세부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보고받고 있지 않습니다.
4) 신도시 지정으로 개발이익 보는 것 아닌지?
신도시 등 공공사업 대상 지역의 토지에 대하여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가격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집니다. 관계 법령에 따라 토지보상 가격은 개발사업 발표 이전의 원래 토지이용 상황(이 토지의 경우 그린벨트 농지)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므로 신도시 사업에 따른 개발이익은 배제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도시 편입 주민(토지주)들이 보상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기도 합니다.
5) 맺음말
공직생활 31년간 개인적 재산 이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습니다.
실제 2018년 신도시 선정 업무에 관여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청렴과 공정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여 직무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