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멍청이’로 꽉 찼던 비행기…16명 무더기 확진

입력 2020-09-01 12:07 수정 2020-09-01 12:19
해당 기사와 연관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 비행기에는 이기적인 ‘코로나 멍청이(Covidiot)’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스테퍼니 휫필드씨는 지난 비행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코비디엇’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멍청이를 뜻하는 ‘idiot’의 합성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각종 권고나 지침을 무시하는 이들을 말한다.

1일 BBC에 따르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휫필드씨는 남편과 함께 그리스의 휴양지 자킨토스섬에서 영국 웨일스 카디프로 가는 투이(Tui)항공사 비행기에 올랐다.

승객 187명과 승무원 6명 등 200명 가까운 이들이 탄 비행기 안에서 휫필드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승객 중 많은 이들이 제대로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통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다른 사람과 대화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말려야 하는 승무원들조차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뉴시스

휫필드씨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옆에 앉은 남성이 비행 내내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지만 승무원은 그 사람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휫필드씨는 비행기가 카디프 공항에 착륙하자 그나마 마스크를 쓰고 있던 사람들마저 마스크를 벗었다고 전했다.

휫필드씨와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기침, 목 통증, 두통 때문이었다. 그녀는 “몇 가지 증상이 있지만 (코로나19가 아닌) 감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투이항공사 측은 당시 비행편과 관련해 모두 1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휫필드씨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웨일스 공중보건국은 해당 비행기를 이용한 승객에게 자가격리할 것을 권고했고, 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앞서 영국은 지난 6월 8일부터 입국자에 대해 14일 자가격리를 의무화했지만 코로나19 저위험 국가에서 입국한 경우에는 이 의무가 면제된다.

문제가 된 항공편이 출발했던 그리스는 현재 자가격리 면제 국가에 포함돼 있어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해당 항공편을 포함해 지난 한 주간 그리스 자킨토스섬에서 영국으로 들어왔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웨일스에서만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잉글랜드 플리머스에서도 자킨토스섬 관련해 최대 30명의 10대 청소년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영국에서는 8월30일 1715명에 이어 31일에도 오전 9시 기준 1406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틀 평균 일일 확진자 수가 1500명을 넘었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