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축구대회라니…경주시 전국 축구대회 개최 논란

입력 2020-09-01 11:43 수정 2020-09-01 12:26
지난 달 31일 경북 경주시 홈페이지에는 '전국고교축구대회 경주시 개최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시민청원이 올라왔다.

경북 경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가운데 전국 규모 축구대회를 유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경주시에 따르면 2일부터 13일까지 24개 팀 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제41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가 경주 알천구장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전남 광양시에서 코로나19 재확산방지를 위해 포기한 대회다.

당초 광양에서 ‘제22회 백운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대회의 이름만 바꿨다.

대한축구협회는 광양시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회 포기 의사를 전하자 경주시에 대회 개최를 의뢰해 대회유치가 성사됐다.

경주시 체육진흥과 이상기 과장은 “입시를 앞둔 고교 선수들의 대학입시 및 대한축구협회화의 우호적 관계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회를 개최키로 했다”면서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대회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경주시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31일 대회 개최 취소를 요구하는 온라인 시민청원까지 올라왔다. 1일 현재 청원인원은 400명을 넘었다.

청원은 30일 이내 300명이 동의하면 성립돼 시는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서면, 동영상으로 답변해야 한다.

청원 신청인은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는 판국에 경주시는 광양시에서 코로나로 포기한 대회를 꼭 유치해야만 하는지,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모험을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며 취소를 요청했다.

경주시체육회도 반발하고 있다.

대회 운영을 맡은 경주시축구협회가 상위 단체인 경주시체육회와 협의도 없이 대회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경주시축구협회는 지난해 4월 치러진 협회장 선거와 관련 법정다툼을 벌이면서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현재 경주시축구협회 회장은 공석인 상태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코로나19로 경주시민이 걱정하는 때에 산하 단체에서 경주시체육회를 패싱하고 전국규모의 대회 유치를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8월 30일~9월 10일 전국 7개 시·군에서 24개 고교팀이 참가한 전국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강대기 전국고교축구대회(강원 강릉시), 대통령금배전국고교축구대회(충북 제천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경남 고성군), 부산MBC배 전국고교축구대회(경남 양산시), 춘계 한국고교축구 연맹전(경남 합천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기 전국고교축구대회(경북 김천시) 등이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