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디든 정의감 기다리는 사건 있다” 윤석열의 ‘다화 송별’

입력 2020-09-01 11:31

대검찰청에서 함께 일한 과장·연구관들을 대거 지방으로 떠나보내게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5명 규모로 차를 내 주며 담화를 하는 형식으로 나름의 송별 행사를 하고 있다. 윤 총장은 “전국 어디를 가든 여러분의 정의감과 열정을 기다리는 사건,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본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아쉬운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던 그였지만, 떠나는 이들에겐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하라고 애써 당부한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달 27일 인사 결과 전출하는 대검 과장·연구관들을 5명가량씩 총장실로 불러 대화하는 형식으로 ‘다화(茶話) 송별’을 진행하고 있다. 대검에서 떠나는 과장·연구관들이 50여명에 이르는 만큼 이러한 총장실 다화는 지난 28일부터 수일간 계속됐다고 한다. 그간은 인사철마다 대검에서 전출하는 이들을 위해 오찬이나 만찬 송별회가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인 점 등이 감안됐다.

윤 총장은 이렇게 대검·연구관들을 만날 때마다 “전국 어디를 가든 여러분의 정의감과 열정을 기다리는 사건과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 “여러분의 따뜻한 지도를 기대하는 후배검사들과 직원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보직이든 검사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특히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곳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이에게는 해당 지검·지청의 특색을 설명하며 “중요한 자리”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윤 총장은 지난 27일 법무부로부터 도착한 최종 인사명단을 본 뒤 “신문에 나면 보겠다”며 다 읽지도 않고 덮었다고 한다(국민일보 8월 28일자 14면 보도). 일부 간부들에 대해 ‘대검 유임’이나 ‘서울중앙지검 전보’ 의견을 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떠나는 이들을 마주했을 때에는 안타까운 기색을 드러내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떠나는 이들의 송별 행사가 기획되지 않았듯, 새롭게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검사들을 위한 전입식도 열리지 않는다. 통상 인사 이후 수도권 전입 검사들이 대검에 모여 검찰총장의 메시지를 듣곤 했지만, 이번엔 생략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 2월 열린 상반기 검사 전입식에서 “신고 행사를 여는 이유는 새로운 임지에 부임할 때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에게 단순히 신고하라는 뜻만이 아니다”며 “새 임지에 부임하면서 더욱 새로운 각오로 업무에 임해달라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했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