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재등장한 뉴딜, MB시절 녹색뉴딜 판박이?

입력 2020-09-01 11:28 수정 2020-09-01 11:32
‘뉴딜’이 한국경제의 표어로 다시 등장했다. 시장 기능보다는 재정을 앞세워 정부가 투자를 주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일 내년에 21조3000억원의 예산을 ‘한국판 뉴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뉴딜’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 이명박(MB)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앞세운 ‘녹색 뉴딜’과 닮은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정부는 강변한다. 그때의 실패는 잊어달라고. 디지털을 앞세운 이번 ‘한국판 뉴딜’은 정부 주장대로 정말 다를까.

정부는 지난 7월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사실상 한국판 뉴딜 시행 첫해인 내년에 정부는 2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핵심은 디지털과 그린사업이다. 구체적인 사업을 살펴보면 수많은 데이터를 '댐'에 가둬놓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댐(2조8000억원), 전기·수소차 보급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2조4000억원), 그린 에너지(1조3000억원), 전자칠판 보급 등 그린스마트스쿨(1000억원) 등이다.

뉴딜이 경제정책 전면에 나선 건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증폭된 올해부터다. 제조업 위주의 수출성장 정책 위주로는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타난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그러나 그리 새롭지는 않다. 2009년 발표된 녹색 뉴딜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상황이 비슷하다. 2008년 출범한 MB정부는 첫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만났다. 2008년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3.3%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었다. MB정부는 이를 극복키 위한다는 명목으로 2009년 1월 녹색뉴딜을 발표했다.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 상황도 코로나19로 최악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 올 2분기 성장률은 -3.3%. 2008년 4분기 이후 최악이고, 공교롭게도 숫자(-3.3%)도 같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그린과 녹색(MB정부)도 같은 뜻이다. 그러나 MB정부의 녹색 뉴딜은 실패했다. 무늬만 녹색인 4대강 사업을 앞세웠지만 이번 장마수해에서 보듯이 4대강 사업은 22조원을 허공에 날린 꼴이다. 사실상 토목재건사업이었지 그린뉴딜은 아니었다. 일자리 90만개도 헛된 희망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일자리 확충은 모든 정부의 난제로 떠올랐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정부는 이번에는 진짜 ‘그린’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에도 사회간접예산(SOC)에 큰 예산이 투입된다. ‘국민안전SOC 디지털화’ 과제는 국도에 지능형 교통체계 개선 등 사실상 SOC 사업 성격이다. 7000억원이 들어가는 그린 리모델링 역시 토건사업으로 볼 수 있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왜 집권 초기가 아닌 3년차에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