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짐’ ‘국민의힝’…통합당 새 당명에 쏟아진 범여권 조롱

입력 2020-09-01 10:27 수정 2020-09-01 10:43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좌)이 7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문화콘텐츠포럼 창립총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국민의힘' 당명 발표 공식 사진(우).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제공.

범여권 인사들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 ‘국민의힘’을 패러디하며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범여권의 비판에 발끈하고 있다.

통합당 새 당명에 가장 발끈한 여권 인사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통합당 새 당명이 ‘국민의힘’으로 확정된 시점부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정 의원의 주장은 통합당이 과거 자신이 설립한 시민단체 이름인 ‘국민의힘’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힘’은 나와 많은 회원이 2003년에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이다. 내가 초대 공동대표를 맡은 단체다”라며 “명백한 이름 훔치기다. ‘국민의힘’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고 불쾌하다. 당신들은 이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또 “‘국민의힘’에 의해 탄핵당한 세력이 ‘국민의힘’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코미디가 어디 있나”라며 “‘국민의힘’이란 당명은 국민의힘에 의해 다시 탄핵당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정 의원은 또 다른 글에서는 ‘국민의짐’ ‘국민의심’ 등 각종 패러디를 언급하며 통합당 새 당명을 비꼬기도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정 의원의 지적에 동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3년 시민단체 ‘국민의힘’도 있었고, 2012년 ‘국민의힘’으로 창당한 사례도 있었다”며 “참 거시기하다. 베끼기? 부결될 듯”이라고 주장했다.

목포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손혜원 전 의원이 지난달 12일 남부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유튜브 ‘손혜원TV’ 라이브 방송에서 “당신들이 말하는 ‘국민’은 대체 어떤 ‘국민’이냐. 혹시 촛불 국민은 아닐 것이다. 그럼 태극기 국민이냐”라며 “모호한 ‘국민’ 뒤에 ‘힘’까지 넣어서 당명을 만든 건 대단히 비겁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은 국내 최대 우파 결사가 새 이름을 찾았다는 소식으로 하루종일 뜨거웠다”며 “오래전에 받은 짤인데, (국민의 힘이) 국민의 힝으로 도약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어른스럽다”며 비꼬았다. 진 검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 당시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7호 영입인사'로 '이미지 전략가 허은아 ㈜예라고 대표가 1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해 이야기 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은 범여권 인사들의 조롱을 반박하고 있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1일 YTN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정 의원의 비난에 대해 “헤어진 연인이 다른 사람 만난다고 횡포 부리는 것이냐. 옹졸하다”며 “17년 전에 사용했다며 이제 와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탄핵받은 과오를 더는 범하지 않으려고 정강정책도 바꾸고 당명도 바꾸고 극우와도 거리를 두는 거 아니냐. 탄핵 정당은 새로운 노력조차 하면 안 되냐”며 “한번 잘못하면 아예 탄핵세력, 적폐세력 낙인찍혀 아무 짓도 해서는 안 되냐”고 정 의원을 비판했다.

앞서 통합당은 지난 31일 국민 공모와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에서 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6개월 만의 당명 교체다. 새 당명에는 강경보수 색깔을 들어내고 중도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