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인사들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 ‘국민의힘’을 패러디하며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범여권의 비판에 발끈하고 있다.
통합당 새 당명에 가장 발끈한 여권 인사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통합당 새 당명이 ‘국민의힘’으로 확정된 시점부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정 의원의 주장은 통합당이 과거 자신이 설립한 시민단체 이름인 ‘국민의힘’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힘’은 나와 많은 회원이 2003년에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이다. 내가 초대 공동대표를 맡은 단체다”라며 “명백한 이름 훔치기다. ‘국민의힘’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고 불쾌하다. 당신들은 이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또 “‘국민의힘’에 의해 탄핵당한 세력이 ‘국민의힘’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코미디가 어디 있나”라며 “‘국민의힘’이란 당명은 국민의힘에 의해 다시 탄핵당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정 의원은 또 다른 글에서는 ‘국민의짐’ ‘국민의심’ 등 각종 패러디를 언급하며 통합당 새 당명을 비꼬기도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정 의원의 지적에 동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3년 시민단체 ‘국민의힘’도 있었고, 2012년 ‘국민의힘’으로 창당한 사례도 있었다”며 “참 거시기하다. 베끼기? 부결될 듯”이라고 주장했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유튜브 ‘손혜원TV’ 라이브 방송에서 “당신들이 말하는 ‘국민’은 대체 어떤 ‘국민’이냐. 혹시 촛불 국민은 아닐 것이다. 그럼 태극기 국민이냐”라며 “모호한 ‘국민’ 뒤에 ‘힘’까지 넣어서 당명을 만든 건 대단히 비겁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은 국내 최대 우파 결사가 새 이름을 찾았다는 소식으로 하루종일 뜨거웠다”며 “오래전에 받은 짤인데, (국민의 힘이) 국민의 힝으로 도약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어른스럽다”며 비꼬았다. 진 검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 당시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통합당은 범여권 인사들의 조롱을 반박하고 있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1일 YTN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정 의원의 비난에 대해 “헤어진 연인이 다른 사람 만난다고 횡포 부리는 것이냐. 옹졸하다”며 “17년 전에 사용했다며 이제 와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탄핵받은 과오를 더는 범하지 않으려고 정강정책도 바꾸고 당명도 바꾸고 극우와도 거리를 두는 거 아니냐. 탄핵 정당은 새로운 노력조차 하면 안 되냐”며 “한번 잘못하면 아예 탄핵세력, 적폐세력 낙인찍혀 아무 짓도 해서는 안 되냐”고 정 의원을 비판했다.
앞서 통합당은 지난 31일 국민 공모와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에서 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6개월 만의 당명 교체다. 새 당명에는 강경보수 색깔을 들어내고 중도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