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코로나 ‘비상’… 아마존 지킨 라오니 족장 확진

입력 2020-09-01 05:52 수정 2020-09-01 09:41
카야포 원주민 부족 지도자 라오니 메투크티레 족장. 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과 원주민 인권 보호 운동으로 유명한 카야포 원주민 부족 지도자 라오니 메투크티레(89) 족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라오니연구소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라오니 족장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내 이날 오전 중서부 마투 그로수주의 주도인 쿠이아바에서 500여㎞ 떨어진 시노피 지역의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컴퓨터 단층촬영과 혈청학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양성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라오니 족장의 몸 상태는 좋은 편이며 고열 증세도 없고 호흡도 정상적”이라고 전했다.

라오니 족장은 1980년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 스팅과 함께 세계를 돌며 자연보호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지난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나 아마존 환경 파괴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브라질 정부의 환경 파괴 행태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는 환경·원주민 정책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충돌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라오니 족장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외국 정부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라오니 족장은 브라질리아에서 연방의원들을 만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모두를 위해 물러나야 한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브라질의 인류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속한 ‘다르시 히베이루’ 재단은 라오니 족장을 2020년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비정부기구(NGO)인 브라질원주민연결(APIB)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155개 원주민 부족 가운데 확진자는 2만8093명, 사망자는 736명에 달한다. 원주민 지도자들도 코로나19에 걸려 줄줄이 사망하고 있다.

지난 7월 21일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주 코스타 베르지 지역에 있는 앙그라 두스 헤이스 원주민 부락의 도밍구스 베니치 부족장이 사망했고, 같은 달 25일엔 중서부 마투 그로수주 아우투 싱구 지역의 카마유라 원주민 부족 지도자 주카 카마유라가 숨졌다. 8월 5일에는 아우투 싱구 지역에서 원주민 인권과 거주지 보호를 위한 투쟁으로 유명한 아리타나 야왈라피티가 숨을 거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