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항 폭발참사에 시민들이 분노해 내각 총사퇴 수순을 밟은 레바논이 새로운 총리를 지명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31일(현지시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무스타파 아디브(48) 주독일 대사를 새 총리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아디브 대사는 이날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의회에서 재적 의원 128명 중 90명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았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 태생으로 이슬람 수니파 출신인 아디브 대사는 2013년부터 독일 주재 대사로 근무해왔으며 레바논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외교관이다.
아디브 대사는 새 총리로 지명된 뒤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새 정부 출범은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나파 및 시아파, 기독교 등 18개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사실상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특히 정파 간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고위 직책을 누가 차지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정파 갈등 때문에 통상 내각 구성에 수개월씩 걸렸다.
레바논의 새 총리 지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레바논 방문을 불과 수시간 앞두고 이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레바논에 도착해 현지 당국자들에게 외국의 구제금융 등 원조를 받기 위해 선행돼야 할 개혁조치를 시행하도록 압박할 예정이다.
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2750t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하며 발생한 참사로 현재까지 약 190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폭발로 인한 피해액은 약 150억 달러(약 17조8000억원)로 추정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