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집회허용’ 법관 인신공격 과도…사법독립 보장돼야”

입력 2020-08-31 21:33
서울 서초구 대법원. 국민일보DB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부 독립성 침해’라는 우려를 표했다. 변협은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자행되는 법관 인신공격과 신상털기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31일 성명서를 내고 “사법권의 독립, 특히 법관의 독립은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근간”이라며 “법원의 집회 허가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과 비난이 지속된다면 법관으로서는 소신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8·15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이뤄지면서 법관을 향한 과도한 비난 여론이 이는 데 따른 지적이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가 서울시의 옥외집회 금지 처분에 대해 시민단체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뒤 해당 법관을 해임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큰 동의를 얻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사법당국도 책상에 앉아서만 그럴 게 아니라 국민과 같이 협조할 때는 협조해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변협도 “법원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 허가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여론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과도하게 흔드는 작금의 행태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독립은 엄정하게 보장돼야 하므로 법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과 신상털기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이 집회를 허용한 재판장의 이름을 따서 이른바 ‘박형순 금지법’을 발의한 데 대해서는 현직 부장판사의 공개 비판이 제기됐다. 김태규(53·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법률의 미운 판사 이름 붙이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려를 전달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박형순 금지법’이 “무리하게 판사 이름을 넣은 위헌적인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융통성이 없으면 구체적 타당성을 놓칠 수 있지만, 정치로만 만사를 결정하면 국민은 항상 정권이나 정치적 세력의 판도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러스 확산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목된 여러 무리의 사람들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 그 국민을 대표하는 권력자나 정치인, 공무원들이 책임을 통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