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식 서울고검 송무부장 사의… “탈북민 삶 보듬고파”

입력 2020-08-31 20:22
사진=연합뉴스

최기식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최 송무부장은 검찰 내 북한·통일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송무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19년 4개월의 검사직을 내려놓고 두려움과 설렘의 세계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법조인 자격은 하늘의 선물이었다”며 “일심회 간첩사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 모든 사건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최 송무부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최 송무부장은 일심회 간첩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진술을 거부하던 총책과 가족들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지하주차장 안에서 기도했었다”며 “면회 온 노모를 위해 차를 타 드리고 배웅해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당 총책은 검찰에 송치된 지 10일 만에 결국 사건의 전모에 대해 자백했다고 한다.

그는 돈 문제로 원수가 돼버린 친구들의 사건을 다루면서 보람을 느꼈다고도 했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위로해 주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화해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최 송무부장은 “변호사로 일하면서 탈북민의 삶을 보듬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 학자들과 함께 통일이 쓰나미처럼 다가온다 해도 충분히 항해할 수 있는 크고 튼튼한 방주를 짓고 싶다”고 했다. 최 송무부장은 퇴직 후 법무법인 산지에서 근무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27일 중간간부 인사에서 부산고검 검사로 발령이 났고 다음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냈다.

그는 서울지검 서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해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등을 역임했다. 북한과 통일에 관한 여러 논문을 집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