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편성표 보는 사람 없다”… 뉴욕타임스, 신문서 빼기로

입력 2020-09-01 00:07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시내판 지면에 제공하는 TV편성표. 다음주부터는 8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NYT 캡처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오는 주말을 끝으로 지면에서 TV 편성표를 없애기로 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 신문에서 TV 프로그램 소개가 사라지는 것은 81년 만이다.

NYT는 TV 편성표를 삭제하는 이유로 영상 시청 환경의 변화를 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 됐다는 설명이다.

길버트 크루즈 NYT 문화면 에디터는 “스트리밍 시대는 우리 근처에 확고하게 다가왔다”며 “TV 편성표는 더 이상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크루즈 에디터는 그러면서 “과거에는 사람들이 편성표를 보며 볼만한 프로그램을 찾고는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화면만 켜면 당신이 원하는 그 어떤 프로그램도 바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NYT는 TV 편성표는 지면에서 사라지지만 영상물을 다루는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편성표가 사라짐으로써 다음 주부터는 예술면이 시내판과 전국판 모두에 적용된다. 이제까지 NYT의 시내판에는 예술면 대신 편성표가 인쇄됐다.

또 일요판에는 독자들을 위한 스트리밍 프로그램 추천 기사가 실린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스타트렉’ ‘SNL’ 등 유명 프로그램을 다룬 콘텐츠도 계속해서 공급될 예정이다.

NYT는 1939년 5월 18일 처음으로 TV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화’를 상영한다”는 짤막한 내용이 실렸다.

이후 1945년 1월 NYT 지면에서는 4개의 TV 프로그램이 소개됐는데 그중 1개는 2시간30분간 방영된 지역 레슬링 매치였다.

TV 상영 일정을 처음 소개한 지 50년만인 1988년 3월에서야 40개에 가까운 TV 채널 프로그램이 편성표 형식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NYT는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가 여전히 낯설었던 2006년에 주간 TV가이드 제공을 중단했을 때에만 해도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나 이제는 대다수 독자들이 편성표가 지면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