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이 1일로 예정됐던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하자 정부가 31일 전격 시험을 연기했다. 정부가 정책 전면 재검토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국시 일정까지 연기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의료계 원로들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일 오전 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정부가 국가고시를 연기해 한 발 더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며 대화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의료계의 진료거부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1학년도 제85차 의사 국가시험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응시 예정자들은 9월 8일부터 차례로 순연된 일정에 맞춰 시험을 보게 된다.
이날 오전만 해도 복지부는 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범의료계 단체·원로들의 건의를 수용해 연기를 택했다. 의대생들이 대거 시험 응시를 거부한 것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응시자 3172명 중 89.5%인 2839명이 응시 취소 신청을 했다. 김 차관은 “향후 병원들의 진료역량과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이날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집단휴진 중단을 재차 당부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제시한 합의안에서 ‘원점 재논의’ ‘철회’ 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정책 전면 재검토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의료계의 현장 복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라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날도 진료거부를 이어갔다. 앞서 대전협은 “정부 제안의 ‘모든 가능성을 열고 논의’라는 표현은 모호하고 정치적”이라며 “정부가 대화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복지부는 이날도 비수도권 수련병원, 응급·중환자실 10곳에 대해 3차 현장조사를 실시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다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집단행동 중단 목소리도 나온다.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단체 ‘어떤 전공의’는 “비대위원 다수가 파업 중단 의사를 밝힌 뒤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온건파와 강경파가 치열하게 의견을 나눈 것은 맞지만 집행부 의사를 무시하고 결정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송경모 임성수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