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내년부터는 전기차 보급 확대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잇달아 친환경차 출시 계획을 내놓으며 새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있어 핵심이 될 충전 인프라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신규등록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94만8000대로 집계됐다. 연료별 자동차 판매량을 따져보면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 수소, 전기 등 전기동력차의 비중은 늘고, 경유차는 감소세가 심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48.2%였던 휘발유차의 비중은 56.5%로 23.3%, 전기동력차는 2.2%에서 2.8%로 31%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경유차는 41.9%에서 32%로 19.7%의 감소율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204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 신규 승용차의 5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내년에는 각 완성차 업체들이 다수의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내년에만 9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거의 모든 차급에 세단과 SUV, 다목적차량(MPV) 등 차종의 전기차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달 순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출범과 함께 핵심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공략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쌍용자동차도 내년 초 준중형급 SUV를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로 내놓을 예정이다.
수입차 업체들 역시 차례로 전기차를 한국에 출시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아우디 e-트론, 르노 조에, 포르쉐 타이칸,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C 400 4매틱 프리미엄, 푸조 e-208과 e-2008 SUV 등 다양한 전기차가 쏟아져 나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좌우할 주행거리 확대와 충전시간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주행거리 450㎞ 이상에 충전시간을 20분 내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상태다. 아우디는 급속 충전 시 30분에 80%까지 충전 가능한 기술을 e-트론에 적용했다.
다만 주행거리, 충전시간 등과 함께 전기차 대중화에 영향을 줄 충전 인프라는 친환경차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급이 늘수록 충전소는 더 부족해지고 충전 대기 시간은 증가할 수 있어 신속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113만대, 급속충전기는 1만5000대, 완속충전기는 30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 충전 요금 인상 및 유료화 등이 전기차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혜택이 가파르게 축소돼 친환경차 선도 정책과 상반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차면수 100면 이상인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에 충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현행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친환경차 전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충전소 부족, 보조금 축소, 충전요금 인상 등의 문제는 보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