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전환 속도 빨라지는데 싸울 준비는 됐나

입력 2020-08-31 17:51 수정 2020-09-01 00:03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내년부터는 전기차 보급 확대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잇달아 친환경차 출시 계획을 내놓으며 새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있어 핵심이 될 충전 인프라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신규등록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94만8000대로 집계됐다. 연료별 자동차 판매량을 따져보면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 수소, 전기 등 전기동력차의 비중은 늘고, 경유차는 감소세가 심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48.2%였던 휘발유차의 비중은 56.5%로 23.3%, 전기동력차는 2.2%에서 2.8%로 31%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경유차는 41.9%에서 32%로 19.7%의 감소율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204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 신규 승용차의 5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내년에는 각 완성차 업체들이 다수의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는 내년에만 9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거의 모든 차급에 세단과 SUV, 다목적차량(MPV) 등 차종의 전기차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달 순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출범과 함께 핵심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공략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쌍용자동차도 내년 초 준중형급 SUV를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로 내놓을 예정이다.

수입차 업체들 역시 차례로 전기차를 한국에 출시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아우디 e-트론, 르노 조에, 포르쉐 타이칸,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C 400 4매틱 프리미엄, 푸조 e-208과 e-2008 SUV 등 다양한 전기차가 쏟아져 나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좌우할 주행거리 확대와 충전시간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주행거리 450㎞ 이상에 충전시간을 20분 내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상태다. 아우디는 급속 충전 시 30분에 80%까지 충전 가능한 기술을 e-트론에 적용했다.


다만 주행거리, 충전시간 등과 함께 전기차 대중화에 영향을 줄 충전 인프라는 친환경차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급이 늘수록 충전소는 더 부족해지고 충전 대기 시간은 증가할 수 있어 신속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113만대, 급속충전기는 1만5000대, 완속충전기는 30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 충전 요금 인상 및 유료화 등이 전기차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혜택이 가파르게 축소돼 친환경차 선도 정책과 상반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차면수 100면 이상인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에 충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현행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친환경차 전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충전소 부족, 보조금 축소, 충전요금 인상 등의 문제는 보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