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신규채용 더 줄인다… 11년 만에 최저

입력 2020-08-31 17:02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발표 및 20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기업의 신규 채용이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채용을 중단·축소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고용 위기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31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2·3분기(4~9월) 채용 계획 인원은 2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3000명(5.1%) 줄었다. 이는 국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20만8000명) 이후 가장 적은 채용 규모다. 코로나19로 채용을 중단·축소한 기업들이 많아진 탓이다.

상반기 고용시장은 매우 불안정했다. 1분기 5인 이상 사업체의 구인인원은 79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2000명(3.9%) 줄었다. 채용인원은 73만4000명으로 1만4000명(1.9%) 감소했다. 사업체 종사자 수는 3월에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정상적인 사업을 위해 필요한 노동자를 의미하는 ‘부족인원’은 지난 4월 1일 기준 22만3000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2000명(5.1%) 감소했다. 고용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개학연기, 학원휴업, 관광객 감소, 사회적 거리두기, 사업체의 채용 축소·연기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였던 7월 고용지표는 일시 호전된 모습이었다. 직장에 들어간 입직자 수는 9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8000명(8.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채용은 1만8000명(2.2%) 늘었고 복직 등 기타입직도 6만명(66.5%) 증가했다.

해고·구조조정 등으로 회사를 떠난 비자발적 이직 노동자는 49만3000명으로 작년보다 1만6000명(3.1%) 감소했다. 한 달 이내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는 작년 동월보다 4만9000개 줄었지만, 전월 대비 6000개 늘면서 차츰 회복하는 기미를 보였다. 다만 정부의 공공행정 일자리에서 종사자 수가 크게 늘고 숙박·음식점업 등 민간 일자리는 꾸준히 감소하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더 큰 문제는 8월 이후부터다.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8·15 광화문 집회 관련 집단감염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는 18일 연속 세 자릿수(100~400명대)를 유지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등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내수 부진은 고용 충격으로 직결된다. 9월부터 일반 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도 차례로 끊겨 대량 실직 가능성도 있다. 3~4월 수준의 ‘2차 고용 대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고용부 관계자는 “7월까지 종사자 감소 폭이 축소되고 기타 입직 등이 유지되면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8월 들어 코로나19가 엄청나게 확산하는 측면이 있어 회복세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고용부는 급한 불부터 끈다는 방침이다. 방역 강화 조치로 집합금지·제한 대상이 된 수도권 사업장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은 매출액 감소 등의 요건을 증명하지 않아도 집합금지·제한 기간인 오는 6일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