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으로 환자들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 의사가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진료거부권이 있었으면 당신 같은 사람들은 싹 다 병원 문턱도 못 밟았을 텐데”라는 답글을 달아 논란이다.
31일 오전 1시22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 “의사에게 댓글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현재 신고가 접수돼 임시로 블라인드 처리가 됐다.
글쓴이는 “파업을 중단하라는 전공의가 담긴 글에 댓글을 남겼습니다”라며 자신이 쓴 댓글을 캡처해 사진을 올렸다.
글쓴이는 댓글을 통해 “태아일 때부터 장기에 기저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앞서 가장 먼저 의사 파업의 상황을 보고 우리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병원도 못 간다는 사실에 두렵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에게 “제발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와 달라. 환자가 진료받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는 기사, 뉴스로 화가 잔뜩 난 국민이 정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발 나와 같이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공포심으로 분노에 휩싸이지 않도록 해달라.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사들이 시위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지지 않도록 제발 멈춰서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했다.
아픈 자식 둔 엄마에게 “진료거부권 있었으면 병원 문턱도 못 밟았다.”
글쓴이는 “제가 남긴 댓글에 의사가 댓글을 남겼다”며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배드림에 올린다”며 한 의사가 자신의 글에 남긴 댓글을 캡처해 공개했다.
의사 A씨는 글쓴이를 향해 “그렇게 프로필에 아이 사진 달아 놓고 뻘소리 하면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냐?”라며 “진료거부권이 있었으면 당신 같은 사람들 싹 다 병원 문턱도 못 밟았을 텐데 의사 윤리 지켜야 하니까 그렇게는 절대로 못 하겠다. 아프면 언제든 병원 가서 치료 잘 받아라. 자식도 파업 동안 큰일 없고, 치료 잘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아픈 아이를 둔 엄마에게 ‘진료거부권’을 언급한 조롱성 댓글에 네티즌이 분노했다. 네티즌은 A씨에게 비난을 쏟아내며 신상을 추적했다.
이에 A씨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보배드림 게시판에 “댓글 쓴 본인이다. 감정이 격해져 본심과는 다른 나쁜 언행을 쏟아냈다”고 댓글을 남겼다.
그는 “내가 한 말 자체가 매우 잘못된 행동임을 인정한다”면서도 “말을 주고받은 상황 전체를 다 보여드릴 수 없음이 안타깝다”고 했다.
억울하다는 취지의 발언에 질타가 이어졌고, A씨는 “전후 상황이 어쨌든 잘못을 부인하지 않는다. 불편했을 분들에게 사과드린다”라며 추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치기 어린 행동이 이렇게 퍼질 줄 몰랐다.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네티즌의 비판이 계속되자 A씨는 결국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의협, 3차 총파업 예고… 심정지 환자, 병원 ‘수용 불가’로 길에서 숨져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정부가 의사단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9월 7일부터 제3차 전국의사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전공의·전임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와 불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경주 의정부시에선 심장 마비로 쓰러진 30대 남성이 새벽 시간 시내에서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끝내 길에서 숨졌다.
이날 오전 5시1분쯤 의정부 장암동에 사는 A씨가 자택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쓰러졌다. 현장에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하는 동안 상황실은 인근 병원 4곳에 이송을 요청했다.
하지만 4곳 모두 “안 된다”고 통보했다. 결국 18㎞나 떨어진 경기도 양주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당시 ‘이송 불가’를 통보한 한 병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전공의 파업 관련해서 CPR(심폐소생술)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계속되면서 의료 공백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