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둘둘. 구반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성분 함량에 따라 읽는 법이 다르다. NCM622 배터리는 니켈(N) 60%, 코발트(C) 20%, 망간(M) 20%가 함유된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로 ‘NCM 육둘둘 배터리’라고 읽는다. 같은 원리로 ‘구반반(9½½)’은 니켈이 90%, 코발트가 5%, 망간이 5% 함유된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인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주목받으면서 전기차 주행거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양극재에도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사는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 함량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니켈 함량이 높으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하지만 니켈은 열이 많고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양극재의 경쟁력이다.
코발트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채굴 과정에서 아동 착취 문제가 지적돼 함량을 낮추는 추세다. 공급 안정성 확보 차원이다. 2017년 톤당 3만달러였던 코발트는 2018년 10만톤까지 상승하는 등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였다. 세계 코발트 물량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은 올해 초 코발트 시장에 대한 국가 독점을 강화했다. 내전과 부족 간 갈등이 빈번한 콩고의 상황도 코발트 공급 안정성을 저해한다. 코발트 광산에서 아동 노동 착취가 빈번하게 발생해 코발트는 ‘분쟁 광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제 거래 제한도 공급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LG화학은 NCM배터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5%까지 낮춰 주행거리는 늘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양산될 예정이다. NCMA 배터리의 주행거리는 500~600㎞로 미국 GM의 전기 픽업트럭에 최초로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SDI도 니켈 함량을 88%까지 높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면서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넣어 안전성을 강화했다. SK이노베이션도 기존의 NCM811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을 8%포인트 높인 니켈 88%, 코발트 6%, 망간 6%의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 중이다.
니켈과 코발트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의 CATL도 있다. LFP는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나가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게 단점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리튬이온전지용 양극재 시장 수요량이 지난해 46만t에서 2025년 275만t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극재별 수요는 NCM이 15만 6000t으로 43%를 차지했다. LFP는 16%, NCA는 15% 차지했다. SNE리서치는 2025년이면 NCM 양극재의 비중이 72%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