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법무부의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인사로 꾸려진 서울중앙지검의 새 진용을 본 검찰 안팎에서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의 재결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그를 보좌하게 된 김욱준 1차장과 형진휘 4차장이 서부지검 형사5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사이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 부서에 있던 이동수 부장검사도 이번에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들 모두가 서부지검에 함께 있던 시기는 2009~2010년이라 한다.
한 부서의 구성원들이 10년이 흘러 전국 최대 검찰청 주요 보직들로 다시 만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 결재하는 보직으로 통한다. 4차장은 이번 직제개편에 따라 반부패수사부 등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가 됐다. 조사1부는 고소사건을 처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활발한 압수수색과 함께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수사해 왔다.
이 지검장이 이끌던 2010년의 서부지검 형사5부는 ‘교육 대통령’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의 뇌물수수 등 교육비리를 수사했었다. 교육청 간부들에게서 인사 청탁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받은 공 전 교육감은 구속 기소돼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에 넘겨진 교육계 인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55명에 달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특수부 출신들이라서 돌고 돌아 만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서부지검 형사5부는 부서의 명칭과 달리 특수부로 통한다. 서울지검의 동부·남부·북부·서부지청이 2004년 각각 지검으로 승격하면서 시작된 관행이다. 재경지검에 따로 특수부를 두지 않았지만 말석 형사부를 공직자·대기업 부정부패 비리 전담부처럼 운영해온 것이다.
서부지검 형사5부가 한화·태광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동시 수사할 때에는 ‘제2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불렸을 정도다. 계좌추적 기법 등 수사 노하우가 쌓인 부서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5월 수사의뢰가 이뤄진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서부지검으로 배당되자, 법조계는 “결국 형사5부가 수사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애초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를 이뤘던 인사들 중에도 서부지검 형사5부 출신이 꽤 된다. 안양지청장으로 옮기는 이근수 2차장은 2014~2015년 서부지검 형사5부장이었다. 그는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수사했다. 서부지검의 ‘재벌 저승사자’ 전통이 이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박세현 서울중앙지검 전문공보관도 과거 이 부서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최근까지 서부지검 형사5부를 이끌던 배문기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울산지검에서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기소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90페이지 불기소결정문을 썼던 이였다. 이 불기소결정문은 추후 검찰이 ‘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케 한 단초로도 평가받는다. 그는 이번에 청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옮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