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 ‘쵸비’ 정지훈이 ‘칼날비 에코’라는 신선한 픽으로 게임을 캐리했다.
DRX는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젠지에 세트스코어 3대 2로 역전승했다. DRX는 이날 승리로 대회 결승에 진출, 내달 5일 담원 게이밍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붙게 됐다. 아울러 LCK에서 최초로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도 확정지었다.
이날 4세트에서 ‘비디디’ 곽보성의 시그니처 픽 아지르를 상대해야 했던 정지훈은 칼날비 에코라는 독특한 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능숙한 룬 활용으로 게임을 캐리했다. 그간 프로 대회에서 아지르 대(對) 에코 구도는 종종 나왔지만, 에코를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대체로 ‘감전’ 룬을 선호해왔다. 앞서 ‘쇼메이커’ 허수만이 두 차례 칼날비 에코를 선보였다.
이날 정지훈은 감전 대신 칼날비를 선택한 이유를 플레이로 증명했다. 그는 1레벨 때 라인 클리어를 돕는 ‘시간의 톱니바퀴(Q)’가 아닌 돌진기 ‘시간 도약(E)’을 익혔다. 이를 통해 곽보성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고, 칼날비로 패시브 ‘Z 드라이브 공진’을 발동시켜 성공적인 딜 교환을 해냈다. 2레벨, 3레벨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3분경 곽보성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 이른 귀환을 유도해냈다.
이때 미드 라인 주도권을 꽉 쥔 정지훈은 점차 자신의 영토를 늘려나갔다. 상대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헤카림)의 성장을 방해한 플레이가 대표적이었다. 3분경에는 자신들의 정글 쪽 칼날부리 사냥을 저지했고, 5분경에는 아껴뒀던 ‘순간이동’을 써 젠지 정글의 칼날부리 사냥마저 막았다. 이는 양 팀 정글러의 성장 격차가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
정지훈은 아지르를 상대로 한 칼날비 에코 전략을 약 1년 전부터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후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칼날비가 패치됐을 때부터 에코로 1레벨부터 칼날비를 활용해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칼날비는 지난해 1월 9.1패치에서 낮은 레벨 추가 공격 속도가 증가(75%→110%)하고, 평타 캔슬 시에도 효과가 유지되게끔 변경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9.16패치에서 에코의 시간 도약 피해량이 레벨당 10씩 증가한 것도 정지훈이 칼날비 에코를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보통 아지르 대 에코 대결은 아지르가 초반 주도권을 갖고, 에코는 후반을 기약하는 구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정지훈은 지난해 복수의 패치를 통해 꾸준히 상향된 챔피언이 시작부터 웅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지훈은 “아지르에게는 초반에 약한 시간대가 있다”면서 “예전부터 에코 대 아지르 구도가 자주 나왔다. 에코가 좋은 챔피언인데 굳이 1레벨부터 사려야 하나 싶었다. 딜 교환을 하면 (에코가) 이길 거 같다고 생각해 (칼날비 에코를) 연구해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오늘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