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키운 건 바로 당신” 美 포틀랜드 시장, 트럼프에 작심발언

입력 2020-08-31 15:18 수정 2020-08-31 17:23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테드 휠러 시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포틀랜드에서는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해 사망한 이후 장장 90일 넘게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CNN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테드 휠러 시장이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혐오와 분열을 초래한 것은 바로 당신”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휠러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며 “이것 보라, 트럼프 대통령. 이렇게 끔직한 폭력은 미국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인데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어 “혐오와 분열을 초래한 것은 바로 당신이다. 당신은 행정부 수장이면서도 경찰관이 죽인 흑인 피해자들 이름도 못 외우지 않나. 또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우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는 지적도 했다.

휠러 시장은 “우린 일찍부터 당신의 여성 차별적인 태도를 알았다. 장애인을 조롱하는 동영상은 보고 있기 힘들었으며, 언론인들에 대한 반민주적인 언행을 우리는 목격했다”고 언급한 뒤 “당신의 가벼운 트윗글이 민간인들을 살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강타하는 것을 봤고 이주민들을 급습하도록 유도한 것도 다 기억한다”고 말했다.

휠러 시장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4년간 행보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 출처: CNN

지난 23일 테드 휠러 시장이 반인종차별 시위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CNN

휠러 시장은 “우리의 아름다운 나라에 혐오와 비난을 흩뿌리려는 당신의 공포 마케팅은 그 어떤 일보다도 반민주적인 행위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 뒤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당신 같은 인종주의자들과 숨쉬고 그들의 공격을 견뎌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평화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서 “당신은 당신대로 나라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라. 그러면 나 역시 이 도시의 시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휠러 시장의 발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휠러 시장은) 멍청하다”면서 그를 비난하는 글을 잇달아 작성했다. 그는 “저런 멍청한 시장을 둔 포틀랜드는 결코 회복할 수 없다. 대통령인 나와 연방 정부를 비난하려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모르더라”라고 조롱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 시민들도 미 연방의 다른 위대한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법과 질서를 원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전날 포틀랜드 시내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격렬하게 충돌했으며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틀랜드의 반인종차별 시위는 9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지난 23일 위스콘신주의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사건을 기점으로 한층 격렬해졌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