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청약현실 모르나…김현미 “영끌 대신 분양받았으면”

입력 2020-08-31 15:12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택청약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30대를 중심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급 물량이 나올 때까지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급한 ‘패닉 바잉’(공황구매) 러시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매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되레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에 출석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패닉 바잉’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장관은 ‘정책 실패를 왜 청년에게 떠넘기느냐. 30대 부동산 영끌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의 요구에는 “말씀이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일축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5일 30대의 부동산 영끌 매수를 두고 안타깝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현재 30대가 청약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날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분양한 서울 아파트의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 평균은 60.6점이다. 올 상반기 55.9점보다 4.7점 오른 수치로 30대 실수자는 자녀 2명을 가진 4인 가구라고 해도 평균 점수를 넘기기 어렵다. 30대들이 서둘러 주택 매수에 나선 이유다.


김 장관은 최근 이슈가 된 청와대 국민청원글 “‘시무 7조‘를 읽어봤느냐”는 통합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읽지 않았다” “안 읽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무 7조에는 김 장관을 겨냥해 “집값이 11억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어느 대신은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는 비판이 들어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