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30대를 중심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급 물량이 나올 때까지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급한 ‘패닉 바잉’(공황구매) 러시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매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되레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에 출석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패닉 바잉’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정책 실패를 왜 청년에게 떠넘기느냐. 30대 부동산 영끌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의 요구에는 “말씀이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일축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5일 30대의 부동산 영끌 매수를 두고 안타깝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현재 30대가 청약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날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분양한 서울 아파트의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 평균은 60.6점이다. 올 상반기 55.9점보다 4.7점 오른 수치로 30대 실수자는 자녀 2명을 가진 4인 가구라고 해도 평균 점수를 넘기기 어렵다. 30대들이 서둘러 주택 매수에 나선 이유다.
김 장관은 최근 이슈가 된 청와대 국민청원글 “‘시무 7조‘를 읽어봤느냐”는 통합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읽지 않았다” “안 읽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무 7조에는 김 장관을 겨냥해 “집값이 11억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어느 대신은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는 비판이 들어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