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대리만족을 선사한 ‘바퀴 달린 집’은 집주인인 배우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를 포함해 집들이에 초대된 게스트 모두 배우였다. 손님으로 출연한 하지원, 공효진, 이정은, 이성경 등 모두 톱스타지만 예능 경험이 없어 PD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법도 했다.
강 PD에게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자 “예능감보다 중요한 게 공감대와 진심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그 안에서 충분히 재미있는 요소를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대된 게스트는 집들이의 수고스러움을 기꺼이 감내할 만큼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있어서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며 “김희원의 지인으로 초대된 배우 엄태구씨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집주인 섭외는 강 PD와 MBC ‘아빠 어디가’로 인연을 맺은 배우 성동일에서 시작됐다. 그가 먼저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영화 ‘담보’로 호흡을 맞추던 동료 김희원을 추천했다. 강 PD는 가족이라는 콘셉트를 완성하기 위해 SBS 드라마 ‘사랑하고 싶다’(2006)에서 성동일의 아들로 출연했던 여진구를 떠올렸다.
게스트 중 특히 배우 엄태구가 화제를 모았다. 엄태구는 작품 속에서 주로 강하고 거친 역할을 맡았다. 영화 ‘안시성’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장군으로, 영화 ‘밀정’에서는 비정한 조선인 일본경찰 하시모토를 연기했다. 중저음의 목소리에 강한 얼굴선이 인상적인 배우지만, 현실 속 엄태구는 수줍음 그 자체였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면 연일 땀을 닦으며 부끄러워했고, ‘몸이 아파 액션신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반전 매력을 뽐냈다.
강 PD는 “워낙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현장에서 걸걸한 목소리로 수줍은 얘기를 할 때 경이롭기까지 했다”며 “모든 스태프가 ‘귀엽다’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엄태구의 신선한 매력을 배가하기 위해 별도의 서체를 만들어 편집하기도 했다. 강 PD는 “검고 거친 느낌의 서체를 따로 만들었다”며 “방송이 나간 후 실시간 댓글이 이토록 활발한 건 처음이었다. 엄태구씨 어머님께서 방송을 보고 엄청 좋아하셨다는 말이 제일 뿌듯했다”고 했다.
최근 종영한 ‘바퀴 달린 집’은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유랑하며 소중한 이들을 초대해 하루를 살아보는 버라이어티다. 고정 출연진인 배우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를 비롯해 게스트 모두 배우로 꾸려졌다. 지난 6월 첫 방송부터 시청률 최고 3.4%(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자리했고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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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