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용 충격, 과거보다 더 크고 오래간다

입력 2020-08-31 13:46 수정 2020-08-31 14: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의 고용이 줄어드는 등 고용 충격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근로시간 변화에 미친 영향은 과거 5년간 위기 때의 약 5배에 달했다. 기업의 인력 수요가 회복되기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업종별로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코로나19의 노동시장 수요공급 충격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정적인 노동 수요·공급 충격이 모두 크게 나타나면서 노동 투입(총근로시간)이 큰 폭으로 줄었다. 부정적인 노동 수요 충격은 기업 고용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공급 충격은 가계의 구직활동이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총 근로시간 감소에 대한 노동 수요 충격의 기여도는 올해 3~4월 중 평균 –0.53% 포인트였다. 2015~2019년 고용시장 부정적 충격 때의 평균치(-0.10%포인트)보다 5.2배 컸다. 노동 공급 충격의 부정적 기여도도 -1.22%포인트로 과거 평균치 –0.56%포인트보다 2.2배 크게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 예술·스포츠·여가, 교육 등 주로 대면접촉이 많은 업종에서 노동 수요 충격이 컸다. 반면 원격근무가 가능하고 비대면 제품 서비스 공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과 ICT,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등에서는 그나마 충격이 덜했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3~4월 중 기업 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비자발적 실업자도 양산됐으며, 가계의 노동시장 참여도 위축됐다”며 “이런 노동시장 교란은 기업의 고용이 줄어드는 노동 수요 충격과 가계의 구직활동이 축소되는 노동 공급 충격이 혼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의 부정적 충격은 발생하더라도 금방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의 충격은 회복 속도가 더뎠다. 한 번 노동 수요 충격이 발생하면 약 10개월 이후에야 회복됐다. 구직자는 일자리가 다시 생기면 곧바로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반면 기업의 경우 경기 흐름을 신중하게 판단한 뒤에야 채용에 다시 나서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영향이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충격의 원인에 따라 선별적이고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직업 등 노동 수요 충격에 대한 노출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안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