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과 졸업식까지 가로막는 코로나19’.
코로나19 장기화로 광주지역 초·중·고 학생들이 현장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은 학사모를 쓰고 학위복을 입어 볼 기회를 잃고 있다.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쌓기가 힘들어진 코로나19 시대의 암울한 현실이다.
3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대부분 학교들이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있으나 그동안 미뤄둔 현장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일정을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올초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1학기에서 2학기로 늦춘 현장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정 차질은 최근 광주지역의 제3차 코로나19 집단 감염 확산에 따른 것이다.
광주지역에는 지난 27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집합금지 확대 등 행정명령이 발동됐다. 이에 따라 수학여행 등 숙박형 수련활동은 물론 체험학습을 포함한 야외 교육일정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추가경정 예산편성에서 3만2222명의 초·중·고생에 대한 수학여행 보조금 42억1915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초등생 1만5002명 15억여원, 중학생 1만4503명 21억7600여만원, 고교생 2717명 5억43여만원 등이다.
수학여행 보조금은 초등학생 10만원, 중학생은 15만원, 고교생은 20만원에게 주어지는 데 고교생의 경우 저소득층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한해 주어지고 있다. 조례개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고교생 전체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초·중·고생들의 현장 체험학습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각 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소규모 교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전문가 초청 강의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데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학·개학식 취소에 더해 즐거운 급식시간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자유로운 대화를 하지 못하는 초·중·고 학생들은 울상이다. 등교수업과 온라인 수업이 수차례 교차되면서 종전 학생들이 뛰어놀던 학교는 이따금 들르는 교육공간이 돼 버렸다.
이들은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이 될 수학여행조차 가지 못하게 돼 아쉽다”며 “기약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야속하다”는 반응이다.
대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남대는 당초 지난 26일로 예정한 2019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을 전면 취소했다.
대학 측은 각 학과별로 24일부터 26일까지 시간대를 나눠 학위증서를 배부하도록 했다. 승용차를 탄 채 참여하는 드라이브인 졸업식과 온라인 졸업식이 등장하면서 검정 학사모를 쓰고 가족들과 졸업사진을 찍는 대학가 졸업식 풍경은 어느새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전남대는 졸업식에 따른 학내 밀집을 막기 위해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고 기념촬영을 위한 학사모와 학위복 대여 신청도 받았다. 하지만 무더위 탓인지 예년과 같이 검정 학사모를 쓰고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전남대의 후기 졸업자는 학사 1273명, 석사 335명, 박사 269명 등 1877명이다. 학사모 대신 마스크를 쓴 이들은 발열체크와 명단 작성 후 학과 사무실에서 졸업장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졸업생 김모(28)씨는 “졸업 축하 현수막 앞에서 가족들과 몇차례 인증샷을 촬영하고 같은 시간대 졸업장을 받은 동기들과 초촐한 축하인사를 주고받는 게 전부였다“며 “취업까지 가로막는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기만 간절히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