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9·파리경제대) 교수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놓고 중국 출판사가 특정 내용의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의 극심한 소득격차 등 불평등을 다룬 부분인데, 피케티 교수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케티 교수는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출판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현재로서는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중국에서 출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케티에 따르면 중국 측 출판사는 책 내용 가운데 중국의 불평등을 다룬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불평등의 기원이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있다는 점을 역사적으로 논증하고, 급속도로 커지는 불평등을 바로잡을 아이디어를 제시한 책이다.
피케티는 책에서 2018년 현재 중국의 상위 10% 부자가 중국 전체 부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고도의 불평등 사회인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을 조준한 책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용인, 소득·부의 배분과 관련한 자료 불투명성, 중국 사회주의 체제와 고도의 불평등 간 역설 등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케티가 2013년 내놓은 ‘21세기 자본론’은 중국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연설 때 미국·유럽의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비판하면서 이 책을 인용하기도 했다. ‘공산당선언’ ‘햄릿’ 등과 함께 올해 추천 도서 목록에도 포함시켰었다.
피케티 교수는 시 주석이 ‘20세기 자본론’을 호평한 것에 대해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지금 정말 슬픈 것은 아직도 내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검열 탓에 중국에서 출판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측은 책 출간을 놓고 피케티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