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공연 멈출 수 없다” 뉴욕필 이색 거리 버스킹

입력 2020-08-31 10:51 수정 2020-08-31 10:55
'뉴욕필 밴드왜건'을 소개한 뉴욕필 홈페이지. 뉴욕필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의 공연장이 닫힌 가운데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들이 극장 밖에서 버스킹으로 관객을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향악단인 뉴욕필 비올라 수석 신시아 펠프스와 첼리스트 쿠도 스미레,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지스켈이 최근 브루클린의 한 공원에서 트리오 길거리 공연을 펼쳤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열린 이 공연에서 연주자들은 뉴욕필이 현대 미국 작곡가인 카를로스 사이먼에게 위탁한 ‘루프’를 세계 초연했다.

오케스트라가 이처럼 공연장이 아닌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공연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올해 가을까지 공연을 전부 취소한 뉴욕필이 뉴욕 시민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뉴욕필은 “우리 뮤지션들, 그들의 삶은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능력에서 완전히 단절됐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링컨센터에 올 수 없다면 음악을 직접 전달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에는 카운터테너 앤서니 로스 코스탄조도 공연에 합류했다. 콘스탄조는 뉴욕필이 연주자 버스킹을 위해 제공한 픽업트럭 위에 올라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를 불렀다. 뉴욕필은 이를 시작으로 ‘뉴욕필 밴드왜건’이라는 이름을 달고 교향악단 소속 연주자들을 픽업트럭에 태워 뉴욕시 곳곳에서 버스킹 연주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주자들은 예상치 못한 야외공연의 변수들을 만나면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연주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그들을 지나던 한 자동차가 남미의 댄스 음악을 크게 틀어 분위기를 깼고 한때는 부슬비가 내려 연주를 방해하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지스켈은 혼잡했던 주변 상황이 연주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뉴욕필은 지난 3월 이후 공연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들은 9월부터 시작하는 가을 시즌 공연을 취소한 데 이어 내년 1월 6일 전까지는 공연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