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포틀랜드 시내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자들 간 충돌 사건 끝에 사망한 남성이 트럼프 지지자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의 신원에 대해 밝힌 글을 리트윗하는 등 정쟁화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3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숨진 남성이 포틀랜드 지역에 근간을 둔 극우 단체인 ‘패트리엇 프레어(Patriot Prayer)’의 시위 활동 등에 오랜 기간 참여해 왔다며 이 단체 소속이 맞는다고 확인했다.
앞서 포틀랜드 시위 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남성은 ‘패트리엇 프레어’라고 적힌 모자를 착용하고 있어 처음부터 이 단체 소속이거나 트럼프 지지자 측일 것이라고 추정됐다.
패트리엇 프레어는 2016년 서부 지역의 보수주의자들을 해방시킨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단체의 조이 깁슨 대표는 WP에 이메일을 보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는 그가 좋은 친구이자 패트리엇 프레어의 지지자였다고 밝히는 것뿐”이라면서 30일 오후나 31일에 추가로 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자의 신원은 유족 입장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그의 이름은 제이 비숍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고 경찰을 지지한 좋은 미국인이었다. 그는 포틀랜드에서 안티파(antifa·반파시스트)에 의해 숨졌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리트윗하며 사망자 신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이,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 트윗과 거의 같은 시각에 민주당 소속 포틀랜드 시장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맹공하는 트윗도 올렸다.
그는 트윗에서 “위대한 나라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포틀랜드 사람들도 법과 질서를 원한다. 포틀랜드를 운영하는 멍청이처럼 급진 좌파인 시장들이나 범죄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이를 지도하려고 하지 않는 지하실에 있는 어떤 인간은 절대로 이것(법과 질서)을 해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지하실에 있는 인간”이라는 표현은 최근 바이든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행사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자택에서 방송 인터뷰 등을 소화하는 것을 꼬집어 비아냥댄 것이다.
WP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구호 중 하나인 ‘법과 질서’를 부각하기 위해 포틀랜드 사태를 이용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총격 사건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충돌 속에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600여대에 달하는 차에 나눠 타고 이 지역을 순회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등을 보면 도심에서 마주친 인종차별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트럼프 깃발을 태우고,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물건을 던지면서 충돌했다. 그러나 어떻게 총격 사건으로 비화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