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 이후 경기도 평택시에서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자가 눈덩이처럼 증가하면서 방역 직원들의 피로도가 극한으로 치닫는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의 착오가 정치적 의도로 왜곡되면서 수장인 시장까지 참담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정장선 시장은 30일 ‘어느 기초단체장의 소회’라는 제목의 장문 글을 통해 방역현장에서의 어려움과 절박한 상황, 그리고 서운함까지 전했다.
정 시장은 먼저 최근의 코로나19 방역현장을 전쟁터와 같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재확산 된 요즘 방역 직원들은 휴일도 없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고, 특히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량은 폭발, 이들의 일터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15일을 전후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해 ‘경기 역학조사관’이 평택에 내려오지 못하자 보건소 직원들이 이들의 업무까지 떠안아야 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심리적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관련된 수많은 민원 그 자체도 사람을 지치게 하고 욕을 섞어가면서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악성 민원인들도 많아 직원들이 그야말로 ‘번아웃’되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직원도 많고 몸이 많이 망가져 병가를 낸 직원들도 있다. 오히려 병가를 낼 수 있는 직원은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한 언론사의 ‘민노총 집회 확진자를 광화문 집회자라 발표’라는 제목의 기사가 지칠대로 지친 방역 현장 직원들과 수장의 몸과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정 시장은 “평택시가 정치적 의도로 조작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어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함을 느낀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요즘 같이 행정의 투명성이 시스템화 되어 있고, 개인의 주장이 넘쳐나는 시대에 조작을 지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라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평택에서는 그날 확진자가 11명이나 무더기로 나왔다. 광화문 집회 관련자가 65번 환자를 제외하고 4명이나 되는 평택시로서는 하루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날이었다. 직원들이 정신이 없었을 때 오산에 살면서 평택 병원에서 검사 받은 65번 환자가 그 병원에서 보건소에 양성으로 통보를 해오고 보건소에서는 그 확진자에게 전화로 기초 조사를 했다. 그 확진자는 8·15집회 참가자라고 했고, 광화문 집회 확진자가 여럿 나왔으니 당연히 광화문 집회자라고 생각해 분류한 것이 전부이다. 이 부분이 실수라면 실수였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현장에서 전쟁같은 업무에 정신이 없는 직원들은 정치를 생각할 겨를도 이유도 없다. 실제 대다수의 직원들은 8·15집회면 광화문 집회로 생각을 했고, 보신각 집회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정말 최선을 다해 코로나를 막으려고 고생하는 직원들에 큰 상처를 주었다”고 덧붙였다.
정 시장은 “요즘 공무원들은 부당한 지시는 절대로 따르지 않는다. 나중에 본인들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며 “국회의원을 하고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시장직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기사 때문에 전화를 많이 받으면서 하루 종일 분노가 가슴속에서 일어났다”고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한편 이날 평택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앞으로 10일간 시행하며 모든 방역시스템을 총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앞으로 10일 동안이 평택시 관내 대량 확산의 분수령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시민들에게 장보기 등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제외한 개인적 모임, 집회 등 대인 접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에다 진단검사 행정명령이 내려진 8·15 서울 도심지역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반드시 검사를 받을 것을 촉구하며 검사여부를 보건소에 다음 달 1일까지 신고하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위반 시 관계법령에 따른 고발 및 구상권 청구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택=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