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보수정당의 미래, 본질로의 회귀에 있다

입력 2020-08-30 22:44 수정 2020-08-30 22:50

미래통합당의 당명 개정이 추진된다. 이와 동시에 ‘당의 핵심가치를 담은 10대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의 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곧 돌아올 재·보궐선거와 대선 준비를 위해 보수진영의 기본 틀을 가다듬고 전열을 정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청년기고] 보수정당의 미래, 본질로의 회귀에 있다
박정환 前 미래통합당 충남도당 청년대변인

특히 최근 △기본소득, △전일교육제, △후분양제, △공적모기지 등 선제적인 이슈선점을 위한 노력이나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 운동을 명기하기로 하는 등 기존보다 유연한 사고방식을 당에 불어넣기로 함으로써 지지층 확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제21대 총선 이후 실권을 상실한 보수정치집단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실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형식적인 변화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따라 향방이 엇갈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행 정당법에서는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의 형성은 자발적 참여 의사에 따르며 함께 공유하는 가치지향점을 위해 정책의 실현을 도모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정당의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정책의 구체적 실현방향이 아니라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는 보수주의 이념의 재해석이 아닐까?

과거 △자유시장경제, △총량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남·북한 사회의 체제에 대항한 안보관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경직적 이념체계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주제 없는 서문이 될 뿐이다. 지난 20세기 성장과 반목의 시대에 형성되어 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신화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현 시대에 맞게 유연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정당으로서의 변화, 즉 본질적 보수주의로의 회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수주의는 사회의 시대 흐름에 맞게 적극적으로 진보하면서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체제가 존속,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의 틀을 안정시키는 정치적 성질이다. 이러한 보수주의의 포용성과 유연성을 새로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완성된다면 때론 급진적 정책결정에도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수권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을 지을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이 기초공사다. 유행에 맞춰 겉만 번드레한 건물을 지어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퇴색될 뿐만 아니라 금세 고장이 난다. 반면 튼튼하게 잘 지어놓은 건물은 시간이 변해도 조금만 고쳐도 빛이 난다. 국민들의 안목은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아 가리고 아웅 식의 간판 바꿔 달기는 더 이상 효력이 없을 것이다.

또한 정당의 목표는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한 권력의 쟁취가 아니라 이념의 실현이라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선거는 하나의 수단일 뿐 정당의 존속을 가름 짓는 요인이 아니다.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스스로 당원이 되어 힘을 보태길 자처하면 그것이 곧 성공한 정당이고 무너지지 않는 권력이다.

“아스가르드는 장소가 아니라 국민 그 자체다”. 영화 토르-라그나로크에서 아스가르드(신들의 세계)의 통치권을 빼앗기고 무력감을 호소하는 천둥의 신 토르에게 절대신 오딘이 준 조언이다. 보수정치집단의 현 주소와 토르가 처한 상황이 무엇이 다른가? 가능성을 제약하는 형식의 틀을 깨고 나와 국민들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새 시작이 열린다.

나는 철저한 보수주의자다. 하지만 경직된 우파는 아니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번영을 위해서라면 헌법적 가치를 제외한 모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보수주의, 사익이 아니라 이념의 실현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는 책임 있는 보수주의를 꿈꾼다. 이러한 청년의 꿈이 한낱 홀로 꾸는 몽상이 아니라 당원 모두가 함께 꾸는 미래가 되고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는 그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