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0시부터 시작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2.5단계) 첫날 서울 도심 곳곳 거리는 행인을 찾기 힘들 정도로 얼어붙은 분위기였다. 거리두기 2.5단계가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업주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휴업’ 수준의 지침을 통보받아 혼란스러워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기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할리스 커피 매장은 ‘출입금지·위험’이라 적힌 노란 띠를 수십 개의 좌석에 둘러뒀다. 강북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은 모든 의자를 다 묶어두었고 명부를 작성하고 QR코드를 인증한 뒤에야 주문이 가능했다. 방역지침을 미처 알지 못한 듯한 한 40대 여성은 매장에 들어섰다가 다시 황급히 돌아나가기도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도 있었다. 강북지역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매니저 A씨(30·여)는 “여기는 사장님이 직원들 개인적으로 월급 주고 운영해 사실상 개인 카페랑 다를 바가 없다”고 억울해했다. A씨는 “심지어 프랜차이즈 비용도 있고 개인 카페처럼 여타 비용도 다 똑같이 드는데 프랜차이즈는 금지하고 개인 카페는 되는 기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미 직원 다섯 명이 일주일에 하루이틀 나오는 등 월급조차 못 받는 상황에서 10%밖에 안 되는 포장 손님으로 장사를 하라는 거냐”고 답답해했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50대 B씨는 “우리는 스터디카페가 아니라 스터디룸으로 업종이 등록돼있어서 적용을 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구청에서도 ‘우리도 위에서 갑자기 지침을 내린 거라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으니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문의를 해달라’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B씨는 “예고도 없이 한 번에 발표를 해버리니 제한업종인지 아닌지 헷갈리고, 정확한 답변도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독서실·스터디카페·학원에 대한 조치는 31일 0시부터 적용됐다.
일체의 사전 협의 없이 내려진 조치에 분노하는 업주와 이용객도 있었다. 성북구의 한 스터디카페 문 앞에는 ‘사전에 구청이나 보건소로부터 집합금지나 영업정지에 대한 어떠한 사전통지나 언질이 전혀 없이 저희도 회원님들과 마찬가지로 실시간 방송되는 뉴스와 기사로 집합금지 소식을 접하게 되어 당황스러울 따름’이라는 알림이 붙어 있었다.
재수생 임모(19)씨는 “수업 하루 전 갑자기 학원이 휴강 공지를 내리더니 이제는 스터디카페, 독서실도 문을 닫았다”며 “고3이면 학교라도 가지만 나는 어디서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임씨는 “9월 모의평가도 얼마 안 남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새벽장사를 했던 24시 가게들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 포장만 가능하게 하면서 급하게 영업시간을 바꿨다. ‘24시’라고 간판에 적어놓은 성북구 소재 음식점들은 이날 오전 9시 가게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24시 콩나물국밥집에서 근무하는 C씨는 “우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바꿨다”고 전했다. 24시 중국집 매니저 김모(23)씨는 “홀 운영만 하던 가게라 급하게 배달대행업체를 찾았는데 대행업체가 오전 2시까지만 운영을 해서 우리도 그때까지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