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파업 지속 결정… 비대위원 일부는 사퇴

입력 2020-08-30 17:34 수정 2020-09-02 09:43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0일 오전 진행한 회의에서 단체행동 지속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기로에 섰던 ‘의·정 갈등’이 봉합에 실패했다. 정부와 국회, 의료계 단체들까지 합의를 촉구했지만 전공의 단체는 파업 지속을 택했다. 해당 단체 구성원 일부는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향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이후 일주일간 대의원들은 단체행동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대전협은 전날 오후 10시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이날 오전까지 향후 단체행동 중단 여부를 논의했다. 1차 투표에서는 193명 중 단체행동 지속이 96표로 정족수인 97명에 미치지 못했으나 박 비대위원장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한 이후 진행된 2차 투표에서 186명 중 134명이 파업 강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3차 총파업을 예정대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대전협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사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다음 달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대전협의 이번 논의는 그간 의사단체들이 요구해온 ‘4대 의료정책 원점 재논의’를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안정 시까지 정책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제안을 대전협이 “신뢰하기 어렵다”며 거부하자 의료계 일부까지 ‘연대보증’에 나선 상황이기도 했다.

국립대병원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의학교육 및 수련병원 협의체와 대전협은 전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복지부 구성 협의체에서 정책에 관해 다시 협의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수련병원 등 의료계가 업무를 중단하고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회도 의사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관련 입법 추진을 멈추겠다고 약속했다.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28일 대전협과 만나 향후 협의기구를 국회 내에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관련 법안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국 대전협은 파업을 선택했다.

복지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가 양보안을 제시했고 국회와 의료계까지 나서 집단휴진 중단을 촉구했는데도 대전협이 집단행동 고수 결정을 내렸다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전협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비대위 목소리와 상충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대위 과반이 파업을 중단하자는 의견이었으나 비대위원장이 이를 무시하고 사안을 일선 전공의들로 구성된 임시전국대표자비상대책회의(대표자회의)에 부쳤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대전협 비대위 소속 전공의 등이라고 밝힌 단체 ‘어떤 전공의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 다수는 국민 건강과 전공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비대위원장이 파업 지속 의사를 관철하고자 불필요한 대표자회의를 소집했다고 했다.

이들은 또 일선 전공의들이 제한적 정보만 가지고 표결에 임한 결과 비대위 다수 의견과 달리 파업 지속을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에 따르면 비대위 내 일부는 이번 결정 과정에 반발해 사의를 표했다.

이날 회의에 대해 대전협 측은 “단체행동을 중단하는 안이 부결돼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이지, 정부 주장처럼 무리하게 재투표에 붙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비대위 다수가 파업 지속 결정에 반발해 사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온건파와 강경파 간 치열한 논의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