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면서 PC방이 문을 닫자 ‘PC텔’이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코로나19 감염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전국의 PC방은 문을 닫았다. 갈 곳을 잃은 게이머들은 모텔방에 고성능 컴퓨터가 설치된 이른바 ‘PC텔’ 혹은 ‘게임텔’로 향하고 있다.
30일 숙박 애플리케이션 ‘야놀자’ ‘여기어때’에 게임을 키워드로 넣자 50여개가 넘는 모텔이 검색됐다. 각 모텔은 ‘커플 PC’ ‘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이용 가능’ ‘최고급 사양 PC 게임방 오픈’ 등의 문구를 내세워 손님을 모으고 있다.
이용 요금은 4시간에 2만원부터 5시간에 2만8000원까지 기존 PC방보다는 다소 비싸다. 하지만 PC방 영업 중단 이후 PC텔 인기는 폭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함께 PC텔에서 게임을 하거나 대실비용(혹은 숙박비용)을 나눠 낼 게이머를 구하는 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하루에 모텔로 걸려오는 문의 전화가 150통가량에 이르거나, 손님이 서너 배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지식인에 ‘PC텔’을 검색하면 전북 익산, 부산, 서울, 인천, 충남 천안, 전북 전주 등의 PC텔을 추천해 달라는 글도 여러 개 등장한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컴퓨터 사양이나 방에 설치된 컴퓨터 대수를 물었다.
평소 게임을 즐긴다는 대학생 A씨는 “모든 PC방이 문을 닫으니 사람들이 PC텔을 찾는 것 같다”며 “PC방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하나의 방을 빌리는 것이니 훨씬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PC텔이 자칫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평소 일주일에 1번은 PC방에서 게임을 즐겨왔다는 직장인 B씨는 “답답한 게이머들 심정을 이해하고, 나 또한 유일한 취미를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게임 커뮤니티에서 함께 PC텔을 갈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봤다. 정부가 왜 PC방 문을 닫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C텔 업주들은 입간판과 숙박 앱에 ‘실내소독기 완비’ ‘코로나19 예방 전 객실 살균소독 진행’ ‘코로나 방역 완료’ 등의 문구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PC텔 호황을 바라보는 PC방 업주들 시선은 곱지 않다. PC방 업주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사실상 무기한 영업정지와 마찬가지라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데 PC텔로 손님이 다 옮겨가면 나중에 영업을 재개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