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있는 사람은 신랑신부뿐, 서글픈 코로나 결혼식

입력 2020-08-30 16:56 수정 2020-08-30 17:06
22일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하객이 거리를 두어 앉아 식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예식장에 이미 49명이 입실해서 입장이 어렵습니다. 대신 아래층 연회장에 가시면 영상으로 예식을 볼 수 있고, 유튜브로도 방송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주말 동안 방문한 서울의 예식장 풍경은 반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돼 실내 50인 이상 집합금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규정이 시행되면서 마음껏 축하하기도 힘든 결혼식이 되고 있었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홀 입구에선 직원들이 하객을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객들은 입구에서 꼼꼼히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신분증으로 신원을 확인 받은 후 발열체크까지 마쳐야 로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절차를 거쳐도 예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선택받은 자’ 뿐이었다. 50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어 신랑과 신부측에서 미리 나눠준 스티커를 옷에 부착한 하객만 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200석 규모 식장 내부엔 가족과 친지 49명만 테이블마다 2~3명씩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았다.

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하객들은 로비에서 대기하거나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문틈으로 예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슬쩍 들여다보곤 했다. 일부는 서로 교대하면서 식장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 한 하객은 “분명히 전보다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참석 인원이 제한되다보니 결혼식에 초대받은 것 자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랑, 신부를 제외한 참석자는 모두 예외없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축가를 부르는 사람도 마스크를 쓴 채 열창했다.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순간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5초 남짓한 시간이 전부였다. 촬영 시에도 거리두기 규정으로 인해 서로 1m 이상 간격을 둔 채 사진을 찍었다. 예식장 안에서 서로 붙어 있을 수 있는 이들은 식을 올리고 있는 신랑과 신부뿐이었다.

다른 예식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간에 결혼식 2건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로비는 한산했다. 신부대기실을 찾은 하객들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다. 예식장 직원은 신부대기실과 식장, 연회장 등을 돌아다니며 철저한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접수처에는 ‘코로나19 예방 에티켓으로 축하인사는 악수 대신 목례로 부탁드립니다’라는 공지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하객이 식장으로 입장하려다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미 식장 내 인원이 49명이 됐기 때문이다. 굳게 닫힌 식장 문을 지키고 있던 직원들은 “지금은 입장이 어렵고 한층 아래 있는 연회장에서 영상이 생중계되고 있다”는 안내를 반복했다.

300석 규모의 연회장에선 대형 스크린으로 결혼식이 생중계됐다. 입장하지 못한 지인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결혼식 중계를 지켜봤다. 50여명이 시청한 유튜브에는 ‘신랑 신부 정말 축하해요’ ‘직접 못가봐서 너무 아쉽네요’ ‘촬영해주신 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멀리서 결혼식 잘 봤습니다’는 댓글이 달렸다.

예식을 취소하는 예비부부도 늘어나고 있다. 30일 찾은 강남의 한 유명 웨딩홀은 평소 주말마다 6건 안팎의 결혼식이 열리는 곳이었지만, 이날은 단 한 건밖에 열리지 않았다. 웨딩홀 관계자는 “언제 3단계로 격상될 지 몰라 고객의 취소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