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깜깜이 감염’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 2주간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조사가 진행 중인 확진자가 21.5%로 나타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99명 늘어 누적 1만9699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중 교회에서 제출한 교인과 방문자 명단에 포함되거나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사람은 590명, 추가 전파자는 366명, 조사 중인 사례는 79명 등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집단감염은 다른 종교시설을 비롯해 직장,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 곳곳에서 n차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 추가 전파가 발생한 장소는 25곳이며 관련 확진자는 158명이다.
이런 가운데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이른바 ‘깜깜이 환자’가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부터 이날 0시까지 방역당국에 신고된 확진자 4381명 가운데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942명으로, 21.5%를 차지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경증, 무증상 감염이 있는 상황에서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신규 환자 보고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n차 전파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24시간 이내에 접촉자를 찾아내고 격리하는 등 조사 및 격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방역망 내에 잡히지 않았던 확진자가 많았고, 언제든 이들을 연결고리로 또 다른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사망 후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는 사례부터 다른 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례도 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최근 상태가 갑자기 악화해 사망하거나 사후에 검사했는데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 보고가 증가하고 있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지역감염이 상당수 있고, 감시체계를 통해 진단되지 않은 사례들이 상당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은 끝에 감염이 확인된 환자 사례도 나왔다. 서울 강서구와 영등포구에 따르면 강서구 화곡2동 거주자인 강서 212번 환자는 이달 28일 영등포구 대림성모병원에 입원해 지병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직후 코로나19 증상이 발현함에 따라 다음날 금천구 희망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 환자는 30일에 양성 판정이 나왔으며, 이에 따라 대림성모병원에서 서울의료원으로 옮겨졌다. 이 환자 역시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전국적인 대규모 유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힘든 깜깜이 감염까지 늘어나면서 감염재생산 지수는 높아지고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역량도 한계에 부딪혔다. 방역당국은 최근 2주간 감염재생산지수를 1.5로 파악하고 있다. 1명의 확진자가 1.5명에게 추가 전파 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정 본부장은 “지원팀을 강화하고 사람을 추가 투입해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1명의 확진자가 만나는 접촉점, 사람 간의 만남, 이용시설 노출 등을 줄여야만 역학팀에서도 조사나 차단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